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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 수구세력의 역사
현대 한국사회가 다원화된 민주사회로 발전해 가는 데, 참고할 만한 글입니다. (한겨레 인터넷신문 기사의 댓글을 옮겨 놓았습니다~) [현대 한국 수구세력의 역사] 우경화된 사상이 판치는 나라에서 중도적 개인주의자로 살기란 힘든 것입니다. 사람은 모두 자신의 서있는 자리를 기준으로 하여 만물을 판단하는데, 동쪽 끝에 있는 사람에게 있어서 모든 사람은 자신의 서쪽에 있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해방후 50년이라는 역사를 보내며 친일친미 정권에서 군사독재로 이어지면서 국토 전체가 점차 우경화된 이 나라에서 중도적 개인주의자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힘이 듭니다. 국가가 들려주는 거짓말을 믿지 않을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뿌리에 대한 어두운 역사를 볼 수 있을 정도의 의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혼자 서있으면 단지 그 이유만으로 욕먹는 나라.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비난받는 나라. 학벌과 지연이 판치는 나라에서, 사람이 그 자신의 뜻과 생각이 아닌 어느 지방 사람인가, 어느 학교 나왔는가에 따라 평가받는 나라에서 그 자신으로 판단받길 원하는 개인주의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험난한 일입니다. 현대 일본 사회는 우경화된 사회입니다. 같은 패전국이라 할지라도 독일과 일본의 우파들의 현재는 크게 다릅니다. 독일의 전범들은 일부 아르헨티나 등의 외국으로 도주하였을지라도 대부분 체포하여 총살당하였으며 이후 유럽의 주변국들로부터 끝없는 경계를 받게 되어 우파의 세력을 회복하는 것이 늦어졌습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야 독일 역시 다시 우파로 진행하는 방향을 보여주며 주변 많은 나라로부터 우려를 사고 있지만, 적어도 우파의 지위가 일본만큼 높지는 않은 것입니다. 일본 사회의 우파들은 아주 다릅니다. 일본의 1급 전범들 중 상당수가 그 목숨을 건졌습니다. 일본의 전범들은 승자인 미국에 절대 복종을 맹세하였으며, 미군정을 너무나 비굴하게 받아들였고, 미국의 통치에 적극협조하였습니다. 소련과 중국이 공산화된 시점에서 공산당에 맞설수 있는 인사였기 때문에 그들은 미국에 유용하게 사용되었고, 따라서 그때 살아남은 1차 전범들은 상당수 지금 일본의 정치세력들을 만든 시조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일본의 우파는 미국에 대한 절대 충성을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이지만, 그 뿌리는 바로 그들 1급 전범들입니다. 전쟁에서 수많은 한국인 중국인 아시아인들을 죽였고, 생체 실험을 자행했고, 위안부를 잡아갔던 바로 그들이 현재 일본 사회의 주류 정치세력 뒤에 앉아 있는 것이지요. 왜 갑자기 일본의 이야기를 하느냐면, 일본의 극우파와 현대 한국 사회의 수구 세력은 그 뿌리를 같이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수구 세력의 역사를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사실 참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수구 세력과 그들의 역사, 구조, 사상, 수단을 나열하다 보면 지역 감정과 같은 문제들도 나올 터인데, 한국의 지역 감정에 대해서는 그 뿌리를 삼국시대까지 길게 잡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조선의 멸망과 일제의 침탈이야말로 바로 현대 한국 사회 수구의 뿌리라는 것이 저의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나라가 망해도 개인은 망하지 않습니다. 나라가 망하면 마치 당장 죽을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실은 그러합니다. 국가의 의미란 무엇일까요? 저는 국가란 일종의 방어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와 법은 사람들의 사회 사이에서 안전장치의 역할을 합니다. 사람들 간의 분쟁이 약육강식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 다른 국가의 국민들이 무차별로 침략하여 신체적 재산적 손해를 입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를 만들고 뭉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는 부패하고 쇠약해지면 패망하게 되며, 국가가 망했을 때 개인은 가장 큰 방어수단을 잃어버리게 되죠. 그리하여, 조선이 망했을 때, 일제라는 국가와 그 국민들이 휘두르는 침략의 칼날은 조선의 백성들이었던 사람들을 덮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힘이 전혀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돈이 있고 땅이 있고 권세가 있어서 일제에 팔아넘길 것이 많은 사람들,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기기 보다는 일제를 도와줌으로서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고, 더불어서 더 많이 가지고자 하는 사람들이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당시의 양반들 중 매우 많은 수가 이러한 "일제의 하수인"이 되었습니다. 일제의 하수인의 종류는 다양했을 것입니다. 조상 대대로 지주였기 때문에 일본인에 협력하는 댓가로 자기 땅을 유지하던 지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일본의 선진 문물이 너무 대단해 보여서 일본이야말로 마땅히 강한 나라라고 생각하고 과학기술을 배우고자 한 자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바칠 것이 없는 백성 민초들이 일제가 걷어들이는 세금과 부역으로 고생하고 있을 때, 영남 양반들과 서울의 권세있는 가문의 후예들은 동경대에 자식을 유학보내고 일본어를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전쟁이 터지고 일본은 미국과 소련에게 패합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역시 개인은 망하지 않습니다. 일본이든 미국이든 땅가지고 돈가지고 권세 가진 자들은 자신의 땅, 돈, 권세만 지킬 수 있으면 누구에게든 허리를 숙일 수 있는 자들이니까요. 미군정이 순조롭게 시행되던 - 너무나 순조롭게 시행되던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미군정까지의 길도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소련의 개입이 거세진 것 때문에 미국이 받는 압박도 상당했을 것입니다. 별로 큰 세력도 아니던 한국의 민족주의는 간단하게 찍어누를 수 있었겠죠. 마치 김구 선생을 암살했듯이. 생각해봅시다. 친일하고 친미했던 - 나라가 망해도 살아남던 개인들이 소련을 싫어하는 건 당연합니다. 공산주의란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것에서 나오는 제도이며, 따라서 그들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땅, 돈, 권세를 빼앗기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친일하고 친미하던 매국노들이 격렬한 반공주의자가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어떤 주의주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고 더 많은 것들을 먹어치우고자 하는 욕구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반공주의자가 된 친일파들을 미군정 세력이 유용하게 사용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친미의 거두 이승만 대통령을 초대 대통령으로 뒀을 때부터, 민족주의 세력이 거세당할 것은 예견된 일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반공에 큰 기여를 한 친일파들의 목을 칠수는 없었기 때문에 반민특위는 물건너가고, 반민족행위자들은 자신들의 재산을 그대로 유지한 채 오직 반공만을 외치며 살아가게 됩니다. 반공하기만 하면 뭐든지 좋았던 미국에 꼬리를 흔들고 싶기 때문이겠죠. 그러다가 한국전이 일어납니다. 한국전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도 없는 소모전이었습니다. 그리고 향후 50년간 - 그 5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도 "반공"이라는 껍질 하나만으로 다른 모든 것을 용서받을 수 있게 하는 레드 컴플렉스를 만든 근원이 됩니다. 한국전이 끝난 이 작은 땅덩이는 계속 (자기 나름대로) 애국했던 독재자 이승만의 손아귀에 있었지만, 4.19 혁명이 일어나서 이승만이 하야하고 자유투표가 시작될 수 있었겠죠.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국 국민들의 의식 수준 개혁의 역사를 살펴봐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조선시대에 있어서 오직 지주의 눈치만 보고 살아야 했던 우리 무지렁이 농민들은 과연 겨우 50년이 지나는 동안 정치에 관련된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성장했던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자유에 익숙하지 못했습니다. 자유를 고통스럽게 쟁취한 나라들과는 달리, 남들이 와서 그냥 자유를 안겨준 이 나라의 정치 의식이 약한 것은 아직 그만한 고통을 충분히 겪지 않았기 때문인 것일까요? 여하튼 자유투표를 하여 대통령을 뽑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그 연약한 민주주의의 촛불이 흔들리던 시점에 태풍이 등장하니. 그것이 바로 군사독재의 시발점인 박정희 대통령의 등장입니다. 그가 정말로 "공산주의자들이 다시 남침할까봐 두려우니 국가의 안위를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 것일까요?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본래 프랑스어인 쿠데타(Coup de tat)란 "국가에 대한 공격"이라는 뜻입니다. 그가 일으킨 쿠데타로 인해 겨우 국민들의 손에 닿을 뻔했던 민주주의는 다시 저 멀리 사라져버립니다. 군사독재로 정권을 잡은 그는 지금까지와는 반대의 길을 걷습니다. 지금까지 기득권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권력에게 아부를 떨었다면, 이제 그는 오히려 지지를 얻기 위해 기존 기득권을 강화시켜주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이때부터 기득권은 점차 "비굴하게 빌어서 지켜왔던 재산과 권력"을 오만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가 군사독재를 유지해 온 가장 큰 이유는 오직 하나입니다. 반공. 그리고 그 반공을 미국이 용인해 준 것이 가장 큰 수단일 것입니다. 그가 암살당한 원인 역시 모릅니다. 김제규가 정말로 민족을 구하고자 했는지, 아니면 지금 일본 우파 꼴나서 미국 따위 모른체 하고 독자적 노선을 걸으려고 했기 때문에 미국이 말안듣는 아이 때려주는 식으로 암살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마도 그가 살아있었다면 북한을 침공했겠죠. 그리고 많은 사람을 죽였을 것입니다. 북한과 남한을 통틀어서. 사실 모든 사람이 알지만 말하지 못하는 한가지. 서민들은 공산국가가 되든 자본주의 국가가 되든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공산국가가 되면 상대적인 박탈감이 줄어들겠지요. 물론 공산주의가 더 우수한 정치체제라는 말은 아닙니다. 인간의 본능 자체가 가진 것을 잃지 않으려 하는 것이며 자신이 가진 것에 더 많은 애정을 쏟고 그것을 지키려 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자본주의체제가 인간의 본성에 더 부합하는 체제임은 지난 70년간 벌어진 체제 우월성 싸움의 결과가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대가 자본주의 사회일 뿐만 아니라 또한 민주주의 사회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시민이 똑같은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구 세력에게 있어서는 약간 다릅니다. 그들은 더 많은 권리를 가지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의무를 피하기 위해서 "이미 가지고 있는 권력" 즉 기득권(基得權)을 사용합니다. 또한 기득권을 남용해서 더 많은 부와 권력을 얻고자 하기도 합니다. 인간 본연이 가진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올바르게 행사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가 망해가는 와중에도 민중이 졌던 책임을 모두 회피하고, 더불어서 현대에 와서도 상속세를 탈세하며 자기 아들 군대를 빼내는 등의 행동을 해왔던 것이 수구 세력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박정희 이후에도 군사독재는 이어집니다. 문제는, 국민의 의식 성장이 점차 강해져 가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언제까지고 독재가 통하지는 않으니까요. 전두환 시절에 바로 그러한 의식 성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고 민주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크게 울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반공"이라고 외치며. 오히려 민주화를 꿈꾸었을 뿐인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그들 중에는 광주 시민들과 수많은 학생. 지식인들이 들어갑니다. 오직 자신들이 정당하게 꿈꿀 수 있는 권리를 꿈꾸었다는 죄목으로 그들은 죽어간 것입니다. 전두환 시절 그 누가 감히 대통령을 이름만으로 부를 수 있었을까요? 밀고하면 잡혀가는 그 엄혹한 세상에서... 지금처럼 자유로운 언론이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입니다. 국민의 의식 성장은 결과적으로 군사독재를 끝내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민주화된 정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통령의 욕을 할 수도 있고 정부 시책에 불만을 표할 수도 있으며 죽거나 납치당할 염려를 하지 않고 시위를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적어도 이 시점까지는 왔습니다. 세계에서도 찾기 힘든 단시간의 민주화 사례로 꼽히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임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수구는 살아 있습니다. 조선시대 사대주의를 넘어, 친일을 넘어, 친미군정을 넘어, 군사독재를 넘어 그들은 끝없이 살아 있습니다. 수구란 무엇입니까? 수구란 바로 일제시대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일제를 도왔던 자들이며, 반공이라는 이름을 대며 반민족행위를 한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숨기려한 자들이고, 미국을 숭상하며 미국 대통령을 숭상하고 그것을 위해 자신들의 종교를 이용하는 자들이며. 친일 시절부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민중들을 속여 왔던 바로 그 언론사들이고, 군사독재를 통해 반대 세력을 끝없이 탄압해왔던 이들이고. 남의 나라 전쟁에 젊은이들의 목숨을 팔아치웠던 이들이고. 이제 그 기득권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온갖 비열한 수단을 다 사용하여 그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자들입니다. 수구는 민족과 국가에 있어 암세포와 같습니다. 자신이 영원히 살기 위해서 기생하는 민족과 국가를 죽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외과 수술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수구 이데올로기를 뿌리 뽑아야 할 시점 말입니다. 2005-03-29 오후 5:06:17 from 220.124.208.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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