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트 PHP

ㆍ작성자	전용호
ㆍ작성일	2003-07-22 (화)

ㆍ추천: 0 ㆍ조회: 1578

번개 같은 월례회
웬일,
'저녁 7시 집결'이라는 문자가 핸폰에 날라왔다. 힐끗 한번 보았다가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저녁 7시 집결이면, 1박 2일짜리 월례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기럴, 총무가 돌아버렸당가!"
아니면 지난 모임에서 여름 야외 월례회를 결의했는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니 나는 지난 모임에 참석을 못했다.

나는 6시 30분에 총무네 회사, 직사각 철판 하우스에 도착했다. 만식이가 질펀하니 소파에 폼을 잡고 앉아서 우리를 맞아줬다. 그런데 마침 만식이가 앉은 자리가 바로 고돌이 판이 붙는 자리였다. 나와 만식이와 윤창이와 천이가 고돌이판을 돌렸다. 그 사이에 조대파 대용이와 재수, 교대 철이, 이근욱 회장, 하남 산부인과 창현이, 한경석, 월남에서 돌아온 홍업이, 꺽다리 이한선, 도로공사 손영주 외에도 여러 명이 도착했다. 고돌이가 막 불이 붙을려고 하는데 얘들이 시간이 다 되었다고 가자고 성화를 부렸다. 마침 만식이가 큰 것을 때렸는데 얼른 천원짜리 두어장 집어주고 일어섰다. 만식이가 기가 막히다는 듯 위로 쳐다보더니 웃고 말았다.

드디어 예정보다 늦은 7시 30분 25인승 셔틀버스로 문장으로 출발했다. 못보던 셔틀버슨데, 아직 아다라시 냄새가 가시지 않은 새차였다. 다들 불황이라고 하는데 렌트카업계 경기는 좋은 모양이다. 오후부터 오던 비가 멈추지 않고 줄기차게 내렸다. 빗방울이 차창을 세게 때렸다. 순간적으로 '낼 모레면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냄새나는 남자들끼리 왠 청승일까'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기도 했지만 오랫만에 남이 운전하는 차를 편하게 타고 가는 맛도 괜찮은 것 같았다.

'꽃무릇'이 상사화를 일컫는 말이니 어쩌니, 백두대간 종주가 어쩌니 하고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죽인 후 드디어 목표지점인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이 마치 문장에서 영광 넘어가는 고개(이름이 뭐였더라?) 중턱에 있는 휴게실이었다. 겉에서 볼때는 좀 답답한 모양이었는데 뒤뜰로 넘어가니 캄캄한 어둠속에 고개 아래로 문장, 월야, 해보 등등의 동네 불빛이 저 멀리 아련하게 보였다. 조금 빨리 도착했으면 더 멋있는 경치를 보았을텐테....

식당 방에는 드디어 오늘 호스트인 문장 자애의원 조기창 원장이 만반의 음식 준비를 갖추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안에서 석면이는 그곳으로 바로 왔고 광열이도 어디로 해서 왔는지 이미 와있었다. 식탁 가운데에는 촛불이 3개(21회) 꽂혀 불이 붙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 케잌에 불이 켜지고 그리고 회장과 조원장이 함께 촛불을 껐다. 그리고 알맞게 삶아진 돼지 보쌈고기에다 홍어찜이 나왔다. 그리고 묵은 김치에 새우젖, 아마도 그날의 주 메뉴가 3합이었던 모양이다. 조원장은 우리를 위해 낮에 직접 시장에서 홍어를 샀다고 했다. 거기에 월남에서 돌아온 홍업이가 월남 보드카를 두병 내놓았다. 우리는 조원장이 제조한 보드카 폭탄을 두어방씩 마셨다. 후진국 월남이어서 보드카가 시원치않을것 같았는데 의외로 담백하니 입에 착착 감겨왔다.

권커니 잣커니 하면서 술과 음식을 마시다 보니 어느새 열시가 넘어버렸다. 그 사이에 컨디션이 안좋은 친구들은 승용차 한대로 먼저 광주로 가고 모두들 배가 불러 술을 더 이상 못먹을 상황이 되어 드디어 자리를 일어섰다. 오는 길은 차가 막히지 않아 훨씬 빨리 도착했다. 오늘 도중 차 안에서는 40대 남성의 제일 관심사, 잠자리에 관한 즉석 상담이 조창현 원장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상담 내용은 비아그라가 과연 효능이 있는가? 효능이 있다면 정량을 먹었을때 몇시간 동안 유지가 되는가? 어떻게 해야 조루를 방지할 수 있는가? 그런 것들이었다.

광주에 도착하여 친구들은 집에 가야겠다는 사람과 입가심으로 맥주한잔 하자는 사람들과 패가 갈렸다. 하지만 그날은 대부분이 술보다는 귀가를 선택하는 편이었다. 결국 술 마시러 가는 사람은 4명으로 압축되어 택시를 잡아타고 만식이의 단골집으로 출발했다. 그렇게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7월 중순 여름 밤, 40새 중반,누문 고등학교 동창 월례회는 끝났다. 어떻든 친구들을 위해 귀한 음식 맛있게 장만한 조기창 원장께 감사드리고 문장에 자리잡은지 십수년, 이제 문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지가 되신 조원장 무궁한 번영을 기원하고, 그리고 소문을 들으니 조원장이 남자들의 훌륭한 무기를 위한 새로운 기법을 시술하신다는데, 관심있는 친구들은 개별적으로 상담을 해야 할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