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
교육/학문,교양

 

 

 

작성자 김태룡
작성일 2005-01-16 (일)
ㆍ추천: 0  ㆍ조회: 3152   
위대한 촌놈들
이제 큰 애가 고3에 돌입했다.

아내는 안방의 텔레비선을 끊어버렸다.
저녁상 치우기 무섭게 드라마에 빠져들고,
일요일날 <도전천곡>에 매몰되어 흥분과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아내를
옆눈으로 흘기며 핀잔하던 나는 아내의 결심에 아연 긴장하게 되었다.

아내와 나는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해 보기로 했다.
나는 우선 애를 위해서 매일 아침 신문의 명칼럼을 오려내서
아들의 가방에 넣어주는 일을 맡았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날 신문에 소개되는 책중에서
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책을 미리 사서 읽고 정리해 주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주문한 책 몇 권이 배달되었다.

토요일날 그 중 하나를 골라 집에 틀어박혀 읽었다.
황우석,최재천,김병종이 쓴 글모음 <나의 생명 이야기>이다.
세사람 다 1953년생 서울대 교수들이다.
또 다른 특징은 모두 촌놈 출신이고
모두가 촌에서 받은 <생명, 혹은 생명력>이라는 화두를 팔아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우리랑 비슷한 면이 아주 많은 사람들이다.

황우석의 이야기 토막들이 대단히 무게있게,
그러면서도 쉽게 가슴에 다가와 꽂힌다.
평생을 20평 안팎의 집에서 살고,
그야말로 돈을 전혀 연결시키지 않고 일하면서,
자기는 소를 닮고, 소같은 자기 어머니를 닮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인간을 위해 죽도록 일하고 모든 것을 바친 후 자연으로 돌아가는 소!
소를 좋아하고 소를 위해 연구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사람을 위해 인간배아 줄기세포의 배양에 성공하여
산업혁명, IT혁명에 이어 BT혁명의 시대를 열었다는 찬사를 받는 사람.
혹자는 이 사람의 노하우가 삼성전자 전체의 기업가치보다 많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 사람은 모든 특허를 대한민국의 이름으로만 출원한다.
평생을 통해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거른 날이 없다는
그 소같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최재천은 내가 간간히 신문칼럼에서 만났던,
인문학적 소양이 아주 뛰어난 동물생태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다.
그에게서는 들을만한 이야기거리가 참 많다.
그가 해석하는 유전자,환경,자연의 법칙과 같은 이야기는
세상을 보는 우리 안목을 한차원 더 높여 준다.

이 책 사이 사이에 생명을 주제로 그린 김병종의 그림이 있다.
추상과 구상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동양화와 서양화를 넘나드는 수법으로 그려낸
그의 그림  수십점을 감상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더구나 작가가 그림 밑에 두세줄의 설명을 곁들여 나간 것을
죽 따라 읽어나가다  보니
"아하, 그림이란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로구나!"라면서
그림보는 법도 늘게 되니 그 아니 기쁘랴?

우리 애들에게도 이 책은 꼭 읽혀야겠다.

태룡


........................................................................................
■ 양승호: 이글을 읽고나니 촌놈이란게 새삼 자랑스럽네, 고마구이...  -[01/17-21:32]-
........................................................................................
■ 최준영: 태룡아, 글 내용 참 좋다. 너한테서 본받을 게 너무 많구나.  달리기
만 하는 줄 알았더니 마누라랑 봉사활동도 하고, 게다가 지식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하다.  가히 족탈불급이구나.
단 이런 글은 가능하면 이런 데 올리지 말고 나중에 만났을 때 직접 이
야기로 해다오.  우리 동창들 마누라님들이 읽으시면 당사자들은 바로
그날 작살난다.  -[01/18-18:24]-
 
  0
3500
분류
18 장하준 -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영문원본) [4]+1 23.pdf : DN:3655 김용철7반 2011-01-25 2651 기타
17 Good Tips for Life [2] 서경석 2009-11-26 2368
16 새로운 아젠다가 나와야! 고조선은 언제 건국되었나? -정선교님 outsider 2009-10-19 2888
15 기억력과 창의력, 뭘 키워줘야 할까 [2] outsider 2008-08-05 2953 자녀교육
14 日왕실 족보 “비타쓰왕은 백제 왕족” outsider 2008-05-18 4861 기타
13 새 정부의 영어교육안, 무엇이 문제인가 (신경구 교수) 임성래 2008-02-12 2609
12 하늘. 땅. 물의 친구들 [1] outsider 2007-10-08 2975
11 [과학세상/곽상수]식물국회? 식물에 대한 모독 김훈종 2007-03-19 2834
10 월야의 딸 곽승희 연대 합격 [1] 곽수만 2005-09-04 3833 자녀교육
9 위대한 촌놈들 [2] 김태룡 2005-01-16 3152
8 조기 유학 적응 자가진단 신재형 2004-10-09 3274 유학정보
7 대학과 교수의 천국 [동아광장/홍찬식 칼럼] 김훈종 2004-05-19 3175 기타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