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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년남성의 건강
사오정(45세 정년퇴임)에서 오륙도(56세까지 물러나지 않으면 도둑)까지 경기불황과 가정파탄으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의 건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40대 남성 사망률은 세계 1위, 40대 남성 흡연율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40대 남성 음주율은 슬로베니아에 이어 세계 2위다. 한국 중년 가장의 서글픈 건강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직접 사망원인은 암.뇌졸중.심장병.당뇨 등 성인병. 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질병에 앞서 잘못된 생활습관이 중요하게 관여한다. 지난 5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회장 안윤옥 교수)에서 일본 시가의대 히로쓰구 우에시마 교수는 "일본에선 2000년부터 정부 주도 아래 성인병이란 용어 대신 생활습관병으로 개칭해 사용하고 있다"며 "한국의 중년 남성이 건강 낙제점이란 오명을 벗으려면 생활습관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안윤옥 교수와 울산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이무송 교수는 국내 최초로 1992년부터 10년 동안 40~59세 남성 1만4천여명을 대상으로 사망률과 생활습관을 비교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한국 중년 남성의 수명을 갉아먹는 요인을 분야별로 살펴본다. ◇교육과 직종=학력이 높을수록, 전문직 종사자일수록 사망률이 낮았다. 대졸 이상은 중졸 이하보다 30% 가량 낮았으며 비전문직 종사자는 전문 직 종사자보다 52% 높았다. 사망률이란 같은 해 인구 10만명당 사망한 숫자. 예컨대 학력간 사망률 30%의 차이란 중졸 이하에서 1백명이 숨졌다면 대졸 이상은 70명만 숨졌 다는 뜻. 교육과 직종이 사망률에 관여하는 것은 국내뿐 아니라 다른 나 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력과 직업 자체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 은 아니란 것.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일수록 건강에 대한 지식이 많고 소 득이 높아 검진 등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비록 학력이 낮고 비전문 직이라도 건강에 관심을 많이 갖고 올바른 생활습관을 지니면 당연히 사 망률은 줄어든다. ◇고혈압과 간질환=혈압이 높으면 사망률이 30%, 직계 가족 중 간염이나 간경변 등 간질환이 있는 경우 사망률이 50% 증가했다. 고혈압과 간질환 가족력을 지닌 중년 남성이라면 각별히 건강에 주의해야 한다는 뜻. 운동 과 저염식을 통해 혈압을 낮추어야 하며 그래도 안될 땐 약을 복용해야 한다. 연세대 의대 내과 정남식 교수는 "원래 고혈압은 140/90 이상을 말하지 만 고혈압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면 120/80 이하로 유지해주는 것이 좋 다"고 설명했다. 간질환은 대부분 간염바이러스가 문제다. 가족 중 간질환이 있으면 자신도 이들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 다는 것. B형 간염의 경우 항체가 없다면 백신을 맞아야하며 이미 바이러 스에 감염된 보균자라면 6개월에 한 번씩 간 초음파 검사를 통해 간경변 과 간암을 조기발견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흡연=가장 해로운 건강의 적은 역시 흡연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흡 연자는 비흡연자보다 70%나 사망률이 높았다. 교육과 직업, 식사습관과 운동량 등 다른 요인이 모두 똑같다고 가정할 때 단지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10년 후 이 세상에 존재할 확률이 10만명당 70%나 줄어 든다는 뜻. 이무송 교수는 "전체 사망률에서 생활습관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해 보 면 흡연은 중년 남성 사망률의 24%를 차지해 단일인자론 최대"라고 말했 다. 중년남성 4명 중 1명은 순전히 담배 때문에 일찍 죽는다는 것. 금연 이야말로 위기에 처한 가장을 구출하는 가장 확실하면서도 빠른 수단이 다. ◇식사습관=예상대로 녹황색 채소와 과일, 요구르트 등 유제품, 땅콩 등 견과류, 인삼과 생선 등이 건강에 도움을 줬다. 그러나 젓갈이나 소금에 구운 생선.생간.비타민A 농축제제는 사망률을 높였다. 이유는 짠 소금이 고혈압을 유발하고 위암 발생률을 높이기 때문. 생간이나 비타민A 제제 는 지용성 비타민 성분이 간에 쌓이면서 부담을 주기 때문으로 해석된 다. 중요한 것은 흡연자일수록 녹황색 채소가 필요하다는 것. 담배를 피우면 서 채소를 적게 먹으면 채소를 많이 먹는 비흡연자에 비해 사망률이 93% 나 높았지만 담배를 피우면서 채소를 많이 먹게 되면 사망률이 55% 정도 다소 줄었다.(중앙일보 2003.1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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