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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리포트-8] 미국 패권의 몰락과 다극체제
미국 패권의 몰락과 다극체제 워싱턴 리포트-8 장정수 한겨레 신문 편집인 (이글은 10월에 출간된 <계간 광장> 창간호에 게재된 것을 재수록한 것입니다) 세계금융의 심장부로 일컬어지는 월스트리트가 금융 쓰나미에 휩쓸려 침몰한 이후 세계의 눈은 향후 미국의 위상변화에 쏠리고 있다. 미국이 금융위기를 조기에 수습하고 다시 세계의 패권국가로서 재기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일극체제 시대가 막을 내리고 다극체제로 이행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슈타인뷔릭 재무장관은 9월25일 독일 의회 연설에서 “미국은 세계 금융권에서 초강대국 지위를 상실하고 세계는 다극체제로 될 것이다. 세계는 이전과 동일한 상태로 되돌아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다극체제의 출현을 예고했다. 하지만 다극체제의 태동은 필연적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제는 여전히 세계 1위이며 단시일내에 달러를 대신할 새로운 세계기축통화가 출현될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1815년 나폴레옹을 워털루 전투에서 제압한 뒤 구축된 영국의 헤게모니가 1914년 1차세계대전의 발발과 함께 종언을 고했지만 미국이 1945년 2차대전의 종전으로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까지는 약 30년이 걸렸다. 다극체제의 출현 다극체제가 출현한다면 과연 어떤 양상을 띠게 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에서 어느 후보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그 대체적인 윤곽은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현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 온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세계질서의 다극체제로의 이행은 순조롭고도 가속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아들 부시의 일방주의적 정책을 적극 지지해 온 존 메케인 공화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세계질서는 대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빠질지도 모른다. 미국의 대선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한판 승부라는 차원을 넘어서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을 중시하는 월스트리트 금융자본과 냉전식 군비증강과 군사적 대결 노선을 추구하는 군산복합체의 주도권 경쟁의 성격도 띠고 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의 큰손으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와 워렌 버핏은 오바마의 주요한 후원자로서 오바마의 승리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군산복합체는 이란의 핵시설 공격, 그루지아 점령 러시아와의 정면 대결 불사 등 군사행동 노선을 주장하는 조지 매케인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미소 냉전의 대결구도 하에서 거대한 공룡으로 성장한 군산복합체에게는 평화체제를 저주한다. 무기 장사가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사적 긴장을 원한다. 미국이 전세계 국가들의 국방비 총액의 50%에 달하는 막대한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군산복합체의 존재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와 군산복합체의 각축 반면에 월스트리트 금융자본은 자본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국제적 금융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체제를 선호한다. 군사적 긴장의 고조는 자본의 세계화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점에서 월스트리트의 금융자본은 세계질서의 안정을 상대적으로 선호한다. 월스트리트와 군산복합체는 각축하면서 협조한다. 월스트리트의 금융자본과 군산복합체는 미국의 헤게모니를 떠받치는 핵심적 두 기둥이다. 미국의 금융 헤게모니는 2차세계대전의 종전 직후 미국 달러에 세계기축통화 지위를 부여한 브레튼 우즈 협정을 통해 구축됐다. 닉슨 대통령이 1971년 달러의 금태환을 정지한 이후 종이조각에 불과한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 역할을 계속해서 할 수 있었던 것은 압도적 군사력에 입각한 미국의 군사적 헤게모니 덕분이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후세인 정권을 전복한 것은 후세인 대통령이 이라크 석유 결재 통화를 달러에서 유로로 바꾸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이라크가 석유결재 통화를 유로로 변경할 경우 다른 중동의 산유국들도 그 뒤를 이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크게 흔들렸을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하는 후세인의 행동은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상실은 미국 경제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의 몰락 이번 월스트리트의 몰락으로 미국 금융자본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궤멸한 것은 리먼 브라더스와 메릴린치 등과 같은 투자은행들이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은행, JP모건 등의 은행들은 부실 금융기관들을 인수함으로서 오히려 몸집을 불렸다. 미국 금융자본의 주도권은 이들 3개 은행으로 넘어간 셈이다.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탠리도 살아남았다. 만약 오바마가 당선된다면 대외정책의 기조가 금융자본의 이해관계를 우선적으로 반영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오바마의 경제자문을 맡고 있는 로버트 루빈 전 시티은행 회장은 클린턴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으로 발탁돼 클린턴 대통령의 금융세계화 전략을 강도 높게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정가에 방대한 인맥을 구축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군산복합체와 월스트리트 금융자본은 미국 차기 대통령이 누가되느냐에 상관없이 배후에서 대외정책의 결정과정에 개입할 것이다. 미국을 지배하는 두 세력은 미국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지역의 경우 두 세력은 타협안을 만들어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이라크가 포함된 중동과 그루지아 등이 포함된 카프카스 지역의 경우 미국은 군사적 헤게모니의 유지에 전략적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미국의 차기 정권은 이라크의 친미정권 구축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 등의 전략적 목표의 실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분쟁지역으로 등장한 그루지아도 미국의 러시아 봉쇄망 구축과 중앙아시아의 석유 자원 확보라는 전략적 이해관계가 걸린 요충지의 성격상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다. 러시아가 더 이상 무력을 동원해 세력권의 확대를 꾀하지 않고 적절한 수준의 군사적 긴장 유지가 군산복합체에게는 최상의 .상황일 것이다. 그루지아 분쟁 사태는 유럽 전체에 긴장국면을 조성함으로써 미국이 유럽에서도 미사일 방어 계획(6백억달러에서 1천억 달러 예산 소요 추정)을 추진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소유한 러시아와 군사적 긴장관계의 유지도 미국내에서 군비축소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는 호재임에 틀림없다. 동북아의 지정학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는 금융자본과 군산복합체의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특히 미국의 최대 경쟁상대로 등장한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둘러싸고도 금융자본과 군산복합체는 대립 관계에 있다. 월스트리트의 금융자본은 동북아 안정이 미국 경제의 안정에 필수적이라고 인식한다. 3조달러에 달하는 외환을 보유한 한국,중국,일본 등이 미국 재정증권을 매입하지 않을 경우 미국 재정은 파산하게 되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월스트리트는 평화적 공존을 주장한다. 골드만 삭스 회장 출신의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대화를 주도하면서 대중국 온건대화노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군산복합체는 중국을 적대국가로 상정하고 대중국 포위망 건설을 지향한다. 소련이 붕괴된 이후 평화시대가 도래하면서 위기를 맞은 군산복합체는 중국이라는 새로운 적이 필요했다. 대중국 적대정책은 군산복합체의 이해를 반영했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일관성을 읽고 오락가락하는 것은 바로 이같은 대립구도에서 비롯된다. 북핵문제를 다루는 미국의 태도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군산복합체는 이처럼 냉전식 군사적 대결구도의 존속을 기도한다. 세계적으로 냉전체제가 종식된 이후에서 20년이 넘도록 유독 동북아에서만 냉전체제가 계속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군산복합체가 동북아에서 군사적 긴장 유발을 선호한다고 해서 전쟁과 같은 군사적 충돌까지도 상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호전적 군산복합체는 동북아 긴장국면의 유지가 자신들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북미 핵협상 타결과 북미관계의 정상화 등 일련의 데탕트에 완강히 저항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에 약속한 테러지원국 해제가 무산된 것도 네오콘을 비롯한 군산복합체의 반대 때문이었다. 일본의 안보 위기감을 자극할 수 있는 북한 위협 요인을 관리가능한 수준에서 유지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군산복합체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긴장구조의 유지를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의 재반격 월스트리트도 최근의 금융위기를 한 고비 넘길 경우 금융 헤게모니의 재탈환에 나설 것이다. 특히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월스트리트의 영향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오바마 정권이 출범할 경우 로버트 루빈 같은 월스트리트 출신 인사들이 재무장관에 발탁될 경우 미국의 금융 시장 개방 공세는 한층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을 IMF 구제금융으로 몰고 갔던 장본인인 로버트 루빈이 재무장관에 임명될 경우 이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금융 공세가 강도높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는 불길한 조짐이 될 것이다. 미국은 차기 대통령에 누가 당선되느냐에 관계없이 앞으로 한국에 대해 월스트리트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요구를 해오는 한편 북한 위협 카드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군비증강을 유발함으로써 고가의 첨단무기판매라는 일석이조의 실리를 챙기려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동맹 강화를 지상의 외교적 목표로 삼고 미국적 가치와 노선을 맹종하는 경향이 농후한 친미 정권이 한국에 존재하는 상황은 미국에게 또다시 한국에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미국의 헤게모니가 전열을 정비하고 한국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할 경우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는 한국은 무방비 상태에서 또 한번 큰 시련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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