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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天高痲痺)
 천고마비(天高痲痺) susupark, 2006. Sep. 28 가을이 서서히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나무 꼭대기부터 노란색, 빨간색으로 색조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네요. 저 멀리까지 누렇게 익은 벼는 맘까지 풍성하게 해줍니다. 들녘을 가로지르는 길 주변의 코스모스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속삭이는 듯 합니다. 며칠 밤 자면 추석입니다. 모두들 고향 가는 길이든, 성묘가는 길이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든 긴 흐름에 휩쓸리겠지요. 유래 없는 긴 연휴로 귀성길은 막히고 높은 하늘이 천고마비(天高痲痺)가 될지라도 휘영청 떠오를 둥근 보름달을 생각하며 여유 있는 마음을 가져 봅시다. 일기 예보로는 추석날 맑겠다고 합니다. 앞산 소나무에 올라선 둥근 달이 확보물에 걸린 보울 라인 매듭(Bowline Knot)처럼, 아침에 먹은 송편이 리버소(Reverso)로 보이고 후식에서 가지런하게 썰어놓은 배 조각들이 프렌드(Friend; 등반기구)로 착각되면 누군가는 짐을 꾸려 산으로 떠나겠지요. 그리고 심란한 맘을 진정시키겠지요. 이번 추석은 상하가 공히 둥근 팔자 하강기처럼 모두들 둥그렇게 살았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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