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et
컴퓨터와 인터넷

 

 

 

ㆍ작성자 김훈종
ㆍ작성일 2005-11-01 (화)
ㆍ추천: 0  ㆍ조회: 3809   
무늬만 IT 강국 - 한국의 IT 인력운용 이대론 안된다
<최형선의 유비쿼터스> '한국의 'IT 인력운용 이대론 안된다'

최형선칼럼니스트  

참 이상하다. 난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한국처럼 기형적인 IT 인력구조를 접해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것이 IT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 산업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로 비춰지기까지 한다.

전문 기술직종에 종사하는 기술인들은 일반적으로 해당 기술을 통해 평생을 보장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IT 업종 종사자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프로그램을 한답시고 처음 회사를 입사한 프로그래머의 예를 살펴보자. 처음 입사한 후 태반은 비쥬얼 베이직이나 C++ 혹은 Web을 이용해서 프로그램을 한다. 그리고 3년에서 5년이 지나 웬만큼 한다 싶은 시기에 이르면 대리가 되고 팀의 리더 역할을 맡는다.

4년 정도 지나면 과장이다. 이때부터는 그가 얼마나 프로그램을 잘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팀원들 관리 역할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후 관리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아무리 프로그램을 잘 한다 해도 다음 단계인 차장이나 부장으로 올라가지 못한다. 결국 회사에서 밀려난다는 얘기다. 용케 잘 버티면 만년 과장이란 불명예스런 명패를 달 뿐이다.

과연 이런 행태가 프로그래머들에게만 국한된다고 생각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사무직 종사자들이나 금융업 및 일반 노무직종에 있는 어느 누구라도 이런 현실에 황당해 할 것이다. 그래서 다들 재테크를 한다거나 사업 아이템을 창출 한답시고 동분서주한다. 불안하지 않다면 대한민국이 투기로 들끓지는 않을 것이다.

틀린 얘기라면 토를 달아 보라. 난 능력 있는 젊은 인력들이 관리 능력이 부족하여 도태되는 사례들을 현 IT Korea에서 얼마든지 접할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35세를 넘어서면 웬만해선 다시 직장을 잡기 힘들다.

사오정도 옛말이 되었다.  현재의 여건이 여의치 않을 경우 최종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보험컨설턴트가 되던지, 다단계회사에 들어가서 판촉을 하든지다. 그래도 여유가 되서 자기 사업을 하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 '미국-일본'  IT 인력 고용  

선진국인 미국의 사정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입사 시에 능력이나 경력 외에 고용을 위한 판단의 기준으로 성이나 나이 그리고 인종 등이 일절 고려되지 않는다. 이력서를 내더라도 외모가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사진도 첨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단적인 실례로 프로그래머의 경우 능력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고 엔지니어로 남기를 원한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자신의 일을 지속할 수 있다. 자신의 역량을 확대하길 원하는 이라면 매니저로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매니저라고 꼭 임금이 높은 것은 아니다. 엔지니어가 매니저보다 나은 대우를 받는 것을 얼마든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직급도 한국처럼 다양한 것이 아니다. 엔지니어, 시니어 엔지니어, 매니저, 디렉터 이런 식이다. 평생을 시니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협상하여 선택할 수 있고 역할에 따라 대우도 달라진다. 미국의 IT 고용 시장은 보다 탄력적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나이 많은 이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일의 진행은 나이와 상관없이 각자의 역할과 능력에 좌우됨을 느낀다.

역시 선진국인 일본의 사정도 우리와 다르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직급모델처럼 상하의 구분이 확실하고 연공서열이 엄연히 존재하는 등 경직된 부분이 많지만 어쨌든 평생 엔지니어로 일하는 경우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할아버지 프로그래머와 함께 일했던 경험도 있고 일본 도시바 공장에서 보았던 머리가 희끗희끗한 엔지니어들의 무리는 충격으로 비춰졌다. 그들은 전통적으로 기술을 중요시하는 문화 덕에 엔지니어들을 존중한다.


◇ 한국 IT 인력 고용 시장

우리네 엔지니어들은 수명이 짧다. 젊은이들로 충원되다 보니 속도는 낼 수 있을지 몰라도 깊이는 없기 마련이다. 들은 얘기지만, 이 나라에는 수많은 웹 프로그래머들이 존재해도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이는 분명 짧은 엔지니어 수명에 기인한다고 본다.

조급한 한국인들은 여전히 소프트웨어의 질(Quality) 보다 납기를 중요시 한다. 납기를 맞추느라 신용과도 같은 제품의 질은 뒷전이 된다. 디자인도 안된 상태에서 동작만 하게 한 프로그램 코드, 사후관리(Maintenance)가 힘든 백업 자료 등, 알려져서 낯 뜨거운 행태가 우리 주변에서 계속되는 한, 한국이 IT 분야에서 거듭 도약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거기에다 1 Man/Month (1달동안 엔지니어 1명을 투입)에 대한 대기업에서의 보상이 350만원까지로 떨어져 있는 현실을 재고해 보라. 개선도 힘들다는 얘기다.

일부 대기업이긴 하나 그동안 쌓은 노우 하우를 통해 프로세스와 방법론을 전파하고 있다. 그리고 아웃소싱 업체들에게 이런 프로세스를 따르도록 유도하여 시행착오를 줄여간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 또한 제품의 질보다 납기 강조의 유혹을 떨구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거듭 얘기하고 싶은 것은 한국 IT 고용 시장에서 여전히 속도만을 중히 여기고 제품의 질과 실제 내용을 중요시 하지 않는 한, 국내 IT산업은 성숙되지 못할 것이다. 왜 우리는 여전히 미국의 소프트웨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가? 그것은 우리들 스스로 국내 소프트웨어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들의 저변 확대의 장인 커뮤니티(Community)을 구성하는 행태를 미국과 캐나다에서 보았다. 이를 통해 그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들을 교류하고 고용 기회를 창출한다.

그들은 결코 자신이 매니저 수행 능력이 없다는 것으로 고민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기술을 쌓고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들은 자신의 산출물(Output)에 대해서 질적인 면을 담보하도록 교육받는다. 그러지 못했을 때 그들은 수치심을 느낀다.

한국에 아마츄어리즘이 충만하다면 선진국가들에는 프로페셔널리즘이 정착되어 있다. 부럽게도 그곳에선 엔지니어도 의사나 검사와 같은 전문가 그룹처럼 대우받고 행세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그에게 전문가란 타이틀이 지워지기 때문이다.

아마츄어와 차별화된 전문 지식을 소유하였을 뿐 아니라 의식과 열정을 지니고 탁월한 방법론에 입각하여 책임있게 수행할 전문가가 우리에게도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가 국제사회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표준에 적합한 능력을 상시 연마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노령인구의 급증을 경험하고 있는 미국, 일본 및 유럽의 경우,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다음은 우리나라다. 노령화추세는 우리나라에 더욱 심각한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기술을 중요시 여기고 대우하는 사회가 구축되어야만 한다. 이는 프로페셔널리즘을 기초로 할 때 가능한 일이다. 우리도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서기 위해서 보다 성숙된 사회체제로 이행해야 할 것이다.

나는 기술을 가진 이들이 그것으로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사회, 또 직업이 안정화된 사회를 꿈꾸는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기술인 모두의 희망도 나와 같을 것이라 또한 확신한다. 이러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식을 바꿔야 한다.

대안은 바로 프로페셔널리즘(전문가 의식)에 있다고 본다. 기술인 모두가 전문가가 되기 위해 힘쓰는 풍토가 정착되고 그것을 제대로 평가해 주는 사회가 구축될 때 우리도 선진국인의 자존심을 갖게 될 것이다.  


◇ 최형선 프로필

- 現 Brooks Automation Software special writer
- 다년간 싱가폴, 일본에서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
- 하이닉스(Hynix)  반도체 자동화 프로젝트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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