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승부사 친구들 만나러 부천가는 버스 차창에 비가 내렸다. 노대통령의 비보가 버스 TV에서 긴급 뉴스로 전해졌다. 아나운서가 처음에 주춤거려서 방송사고가 난 줄 알았다. 이름을 잘못 말하는 줄 알았다. 너(아나운서) 큰일났다. 이제 수습을 어떻게 할래…
노무현, 그는 타고난 승부사다. 벼랑에서 몸을 던져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벼랑끝전략은 마치 이런 것이라고. 마지막 노(no)를 이런 식으로 택했다. 힘겨운 현실을 타개하고 꺼져가는 진보의 촛불을 살리기 위해.
애러베이비 “오, 베이비~. 베이비~” 근사한 스트로크마다 신나는 후렴구가 있었다. 테니스 코트에 “베이비”가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나도 따라서 “베이비, 베이비”, 너도 따라서 “베이비, 베이비”, 강일이도 “베이비. 베이비~”, 정호도 “베이비, 베이비”. 모두가 멋있는 샷이 나올 때마다 “베이비, 베이비”다. 노대통령에 대한 묵념 후 초반의 우울한 분위기가 한마디 감탄사에 다들 바뀌었다. 무엇이 저리도 즐거울까. 즐거움은 전염성이 있는게 확실하다.
24일의 재경일고테니스 대회를 앞두고 하루 전 손발을 맞추려고 병렬의 가스공사 시흥코트에 모두 모여서 이대영씨와 시합을 즐기는 중에 “베이비”가 그의 입에서 튀어나와 돼지독감처럼 이리 저리 퍼진 것이다. 누군가가 “왠 베이비여, 뭔 뜻이데?
그 동안 봉형종(James Bong)이 노력한 영어의 테니스화, 테니스의 영어화가 바야흐로 결실을 보려는 중이다. 언제부터인지, 메이비(maybe), 올해 정월부터인가 봉(Bong)의 메일에 영어가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봉이 도와주고 있던 한국계인 미국사람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내용과 그 사람 아버지의 이력을 우리가 읽어보도록 첨부한 것이다. 하지만 폰트9인 글자가 작은 영어 문장은 따라잡기 쉽지 않다. 걸핏하면 앞 줄로, 뒷 줄로 새고, 몇 번 메일을 무시하고 거를라치면 전후의 내용이 이해되지 않았다. 몇은 영어 좀 그만 쓰자고 외쳤고, 몇몇은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배워야 한다고 학원을 시작한 멤버도 있었다.
봉은 고집스럽게 영어 메일을 덧붙였다. 대화가 빗나가면 “네가 지난번 메일을 안 읽어서 그래. 천천히 읽어보면 재밌어야~. 처음 몇 줄 읽으면 계속 읽고 싶단다 "사람"의 일대기를 읽는다는 것, 소설보다 더 재미있지 않은가?”라고 부추긴다.
현재 스코어, 2대0. 아주 기분 좋은 숫자다. 축구라면 거의 승리가 굳은 점수이고 테니스에서도 상쾌한 출발이다. 하지만 농구에서는 별볼일 없는 점수네(!).
이대영. 그의 이름이다. 그는 미국사람이다. ‘이대영’은 우리가 붙여준 이름이고 정확한 이름은 “Lee DeYoung”이다. 그의 아버지는 정한경(Henry DeYoung)으로 1904년, 14세에 홀로 미국에 가서 고학으로 학업을 마쳤다. 이승만 다음으로 우리나라 사람으론 2호 박사학위를 받았고 독립운동에도 공헌을 하여 훈장을 받았으며 서울의 국립묘지에 묻혔다.
이대영씨는 미국에서 테니스 코치를 하고 있고 코치 자격시험도 미국 협회를 대신해서 실시하고 있다. 봉은 23일 시흥 가스안전공사코트에서 미국프로테니스협회(USPTA)의 코치 시험을 치렀다. 스트로크, 서비스, 발리 등 이대영씨의 볼 치는 동작과 구질을 보고 차이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에 꽤 어렵게 느껴졌다. 어려서 미국으로 건너간 이대영씨는 우리말을 할 줄 모르며, 우리 문화에 대해서도 문외한이다.
프로가 우리에게 온다니, 그리고 친구가 통역을 한다니 우리 오일쇽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레슨 시간에 나는 서비스의 내전(pronation)을 거의 맨투맨으로 배웠다. 플랫, 슬라이스, 톱스핀 내전에 대한 지금까지의 좀 의문이 풀렸고 시간만 충분했다면 백핸드 슬라이스 스트로크와 발리에 대해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결국 우린 24일의 재경일고테니스 대회에서 우승했다.
우리에게 퍼트린 영어 5월23일과 5월 24일 이틀에 걸쳐 이대영씨가 우리에게 퍼트린 영어를 간략하게 요약해본다. 실수가 있을 수 있으니 곱게 봐주길…
Attababy: 그냥 “베이비”는 단조로웠던지 이후에는 대세가 “애러베이비(Attababy)였다. 그렇지! 옳지! 잘한다!의 뜻은 모두가 알 것이고 ‘tt’가 ‘r’로 연음되어 발음된다. Attaboy/ Attagirl을 남자/ 여자에게 많이 쓴다.
우리의 24일 시합 파이팅 구호도 “애러베이비!!” “저놈들 미친 것 아녀?? 애러는 무슨 애러, 애러는 하지 말아야지.”라고 선후배들이 쳐다보는 것 같다. 사실 에러(error)를 남발하는 파트너에게 서운한 감정을 감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오죽하면 "과오는 인간의 일이요, 용서는 하느님의 일이다. "To error is human, to forgive, divine." 란 말이 나왔을까? 그럴수록 우린 파트너에게 애러베이비를 외칠 일이다. 그가 복식 파트너가 됐던 평생 파트너인 식구가 됐던 간에.
”I am the only black sheep of my family.” 이대영씨가 어려서 공부하기 싫어 못배웠다고 했는데 그의 점잖은 성격에 비추어보면 ‘문제아’는 아닐 성 싶다.
”When you play the game, always think about ‘Good Mistake’, not the shot you mistook.” 프로코치로서의 상당히 중량감 있는 말이다. 시합 당일 계속 강조한 말이며 특별히 테니스 기술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코치로서 자기는 시합 결과는 물어보지 않는다고 했다. 목적의식을 가지고 친 샷은 실수 하더라도 괘념치 마시길.
”Give the ball a margin of 30~40cm above the net when you start the game.” 시합 처음에 볼을 네트에 박으면 다음에 더욱 긴장되기 때문에 볼을 높게 치라는 조언. 또 시합 처음의 볼 두 개는 꼭 이겨라는 말도 해주었다.
”Beard doesn’t make a philosopher. Ladies like beer rather than beard.” 상순이가 정성스럽게 정리한 턱수염을 자랑하길래 내가 해준 말. 수염이 밥 먹여주냐? 맥주가 더 낫겠다.
털(모,毛)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번 ‘아름다운 바보’에 대한 음모론은 너무 비약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음~ 모론(moron)들이 아니라면 납득하기 힘들다.
오일쇽 여러분, 내년에도 우승합시다! 모두 따봉(Ta Bom). 우리는 모두 봉(鳳)선달 잡았다??
언젠가 창평 한마음병원을 찾았을 때 마침 반겨주던 간호사분이 저보다 잰 걸음으로 엄마께서 계신 방을 향해서 갔다가 방에 안 계신 것을 알고 이곳 저곳을 다니며 “숙원마마, 숙원마마...”하고 부르며 찾는 모습을 보고 좀 부끄러웠습니다.
엄마의 이름이 ‘숙원’이라지만 친절한 간호원 분들의 엄마에 대한 애칭이겠거니 하기보다, 미안함이 앞서는 것은 엄마의 독특하다고만 할 수 없는...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 주길 원하시는... 다른 분들께 요구하시는 모습이 지나치시지 않나 하는 염려와 더불어 딸의 입장에서 민망함과 미안함 때문에...
친정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혼자 계신 엄마를 위해 자주 찾아 뵈었습니다.
대전에서 2시간 거리지만, 이른 시각에 나서서 광주 엄마께 도착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그날 하시고 싶은 것과 가시고 싶은 곳- 병원, 백화점, 은행업무, 장보기 등....,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우선인 것은 저에게 맛있는 점심을 사주시려고 고민 하시다가 당신 나름의 훌륭한 식당에서 즐겁게 식사 하시고, 차 마시고, 그리고 찾아 온 저에게 고마워하시면서 제 손에 오고 가는 차비라면서 용돈을 쥐어주시며 제가 안 받으면 ‘빚’이라시더군요. 돌아오는 길에는 광주에 오면 보고 싶은 친구들도 있지만 생각만 잠시하고 바삐 길을 재촉하여도 퇴근하는 susupark과 저녁상을 마주하기가 바쁘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달라지시기 시작하시더니
급기야 콜택시를 불러서 불분명한 목적지로 외출을 시작하셨어요.
당황하신 기사님은 난감함에 00파출소에 내려드리거나, 당신이 원하신 목적지에 안 데려다 준다고 차 안에서 우겨도, 연락 받고 달려간 동생이 올 때까지 기다려주신 고마운 기사님... 대전에 모셔 왔는데 틈만 나시면 택시 불러 가신다고 하시니 함께 지내기가 어렵겠다고 생각했지요...
겨울이 다가오자 외출하신 후 무슨 사고가 날까 봐 불안해 하다가 전문기관인 창평한마음병원에 드디어 입궐?을 하시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그곳에 계신 것 자체를 유쾌하게 생각지 않으셔서 -아니 괘씸하게 생각하셔서 가족 서로간의 마음의 불편함과 우울함을 동반하는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많이 누그러 지셨어요. 물론 엄마께서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시기 힘드셨겠지만, 또 잘 적응하신 듯한 요즘의 모습을 뵈니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 마음이 아프기도 해요.
몇 년 동안 제 나름대로 시간내어 엄마께 다녀오곤 해서, 한때는 제가 마치 할 일을 다한 것처럼, 효도를 한 것처럼, 그 하루를 보람 있게 보낸 것처럼, 내 스스로의 위안?으로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이리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시절이 올 줄 알았다면 더 자주 갔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벌써 3번째 봄이 왔는데
이 아름다운 봄의 변화를 알고는 계신지...
엄마께 가면 많은 주위 분들의 모습을 뵐 수 있지요.
어르신들 각각 사연도 많으시고, 적응하시는 정도도, 지내시는 여러 모습들...
아직도 전에 계시던 집에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소망으로 가끔 저와 동생을 원망하고 계시지만, 무엇보다도 현재 당신의 모습에 “내 모습은 이게 아니야” 하시며 인정하지 않으려고 괴로워하실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계신 곳이 어찌 당신이 계시던 집보다 좋을 수야 없겠고 병원에서 프로그램 참여하고 상으로 받으신 머플러가 엄마 마음에 뭘 채워주며, 좋아하는 가곡을 고집하면서 노래 부르시고 난 뒤의 박수 소리가 엄마 마음에 뭘 채워줄 수 있을까? 합니다만.
자식들이 함께 하지 못하는 시간들을 그곳에서는 따뜻한 보살핌과,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또 여러 가지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돌보고 계셔서 감사하지요. 더구나 그 병원에 세분이나 되는 susupark 친구들이 당신을 알아준다고 하시면서 susupark은 1등사위로 생각하신다니... susupark은 좋을까? 아니 좋겠죠?
엄마 곁에서 저보다도 더 가까이 엄마를 돌봐주고 있는 친구들이 고맙습니다.
어떤 인연으로 그들은 저 많은 어머니, 아버지 분들 곁에서 함께하고 있을까?
혼자서, 때로는 휴가 내어 동행한 susupark과 엄마께 가는 날에는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하는 일도 즐거운 일이고 감사의 말을 항상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어떻게 변할까? 하는 두려움도 있고,
내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부모로 남아야 할텐데...역시 숙제입니다.
노화방지 구구단이라도 외어볼까요?
5월 어버이날 즈음에
엄마 가슴에 꽃을 드리고 싶은 마음과
제가 항상 고마워하고있는 여러분의 친구들 -- 정입진, 손봉국, 이병국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 5월의 장미보다 더 고운 장마담의 화려한 외출 ”
5월의 장미보다 더 고운 장마담의 화려한 외출 2007-05-20. 오은영
해마다 4월이면 서울에서 재경 동문 테니스 대회가 개최된다. 해가 갈수록 선배님들의 출전이 적어지는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언제고 만나는 그들은 선후배이기전에 함께 운동하는 벗들이었다. 모든 운동에 규칙 있지만 특히 테니스는 코트장에서 예를 갖추어야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4월25일에 서울 여의도 테니스 코트에서 열린 ‘재경서중/광주일고 테니스대회’를 susupark( 박승식의 닉 네임)은 히말라야 등산으로 참석하지못했다. 해마다 개최되는 이 시합을 앞두고 꼭 우승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51회 재경 테니스회는 월례모임을 갖고 항상 즐겁게 운동하고 친목을 다진다.
대회 후, 5월 모임을 ‘대전에서 만나자’하는 친구들의 제의에 susupark은 신이 났다. 하지만 해외 등반 일정으로 보름이나 자리를 비웠기에 처리해야 할 일도 많았고, 세미나 준비와 발표, 또 이어지는 출장으로 아주 바쁘게 보내고 있으면서도 친구들 맞을 준비를 시작했다. 5월19, 20일 이틀 동안이었으므로 숙소를 ‘계룡 스파텔(예전의 군인 휴양소)’이 좋을 듯 하여 계룡대에 근무하는 김명순동문의 도움으로 방 2개를 예약 할 수 있었고, 테니스 코트장은 원자력 연구소에서 하려다가 출입 절차가 까다로워 ICU(정보통신대학)에 계시는 양병우(46회) 선배께 부탁드렸다. 토요일 저녁 식사는 숙소에서도 걸어서 갈 수 있고, 유성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오리 전문점인 그린하우스로 결정하였다.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행사라서 ‘날씨가 어떨까... ’ 5월은 행사가 많은 달이고. 식사 및 숙박을 예약해야 했으므로, ‘몇명이나 참석할까… ’ 친구들을 잘 모시고 싶은 마음에 ‘우리가 결정한 숙소가, 식사가 괜찮을까...’ 등등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고민을 susupark은 즐겁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20일 (일요일) 코트에서 시원한 음료와 간식을 제공하는 것은 내 몫이다. 5월이라 햇살이 제법 따사롭고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워지므로 운동하는 친구들을 위하여 시원한 음료와 과일을 제공하고 싶어서 아이스 박스를 준비하고 음료등을 구입하고 시원하게 보관 하려고 얼음도 구입하고... 마침 이번 모임에는 광주에서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서 5월 스승의 날도 며칠전이어서 꽃을 드리고 싶어졌다. 이제 준비 끝!!
19일 토요일, 그날따라 오전에 마침 우리가 사는 APT에서 열린 테니스 월례대회를 그야말로 내일 친구들과의 본격적인 운동에 앞선 식전행사인 몸풀기 (입상하지 못해 하는 변명 인듯…)라고 말하는 susupark.
저녁 시간에 모이기로 약속한 것보다 조금 이른 시각에 숙소인 계룡 스파텔에 도착하여 Check-in하고, 방도 둘러 보고, 로비에서 그들을 맞이했다. 맨 먼저 김석준회장, 문병렬, 신평근, 그의 부인인 김경미가 차 한대로 서울에서 온것이다. 짐을 대강 정리하고 식사장소에 가 있으니 광주에서 봉형종이, 영암에서 올라온 이강일 부부가 왔고 이어서 조양수 부부도 도착하였다. 생각 보다는 단촐한 11명이었지만 맛있는 저녁과 오랜 만의 만남에 즐거운 시간이었다. 식사 도중에 정정호가 부득이한 불참 소식을 전해 왔었다
20일 아침 7시가 되어 아이스 박스에 얼음을 채우고, 이런 저런 준비를 서둘렀지만 꽃을 사기 위해 상가가 문을 여는 시간을 기다리느라 약간 지체한 것이 광주에서 이른 시간에 나서서 오신 선생님을 조금 기다리시게 하는 미안함으로 이어졌다.
5월의 청명한 날씨와 상쾌한 바람은 우리의 오늘 행사를 축하해주는듯. 하지만 저 따사로운 햇볕은 곧 따가로움으로 이어지겠지 ...
ICU 테니스 코트장으로 직접 오신 장홍돈 선생님을 뵙자 모두들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연구소에 근무하시는 장선생님의 아드님도 왔고, 대전 동문 중에는 김천곤이 함께하고, 또 다른 몇분…이 함께 하셨다 간략한 식순으로 이어져서 교가도 부르고, 선생님 앞에서 서로의 근황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하고, 장마담 (이후 이렇게 호칭함을...)께서도 한말씀, 꽃바구니도 전달해 드리고.. 이어서 봉형종 경기 이사의 ‘환상적인 대진표’에 의해 경기시작 !!
아드님과 팀을 이룬 장마담의 화려한 무대가 펼쳐졌다. 시합도중 부자간에 조용히 의논하며, 격려하며, 기뻐하며, 응원하며, 그들의 시간을 즐겼고 다정한 모습으로 시종일관하셨다. 시간이 갈 수록 모든 경기가 그렇듯이 희비도 엇갈리지만, 한낮의 뙤약볕도 코트를 종횡무진하는 저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시합도 좋지만 저들이 주고 받은 수많은 공(ball)들 보다도 더 많은 우정과 사랑을 주고 받으며 다지고 있었던 것이다.
잠깐 잠깐 쉬는 시간에 시원한 음료수와 간식을 드리며 장홍돈 선생님께 물어 보았다. 우리 학창시절에 늘 그랬듯이 선생님의 존함보다도 더 많이 불리워지신 별명이 궁금하여서…. "일고에 계실 때 선생님 별명이 있었어요?" "아마 다 알고 있을 건데... 장마담으로 불렸어요." "얼굴이 고우셔서 얼굴 마담이었나요? 아니면 너무 조용 하셔서..." 앗! 지금도 핸드폰 전화에 '마담'으로 쓰고 계시다니….
고교 2때 담임이신 장마담(장홍돈 화학선생님이며 교장으로 은퇴) 선생님은 학교 수업 때도 조용 조용하셨단다. 선생님이 계시는지 안 계시는지 모를 정도로. 그리 크지 않은 체격에 호리호리하셔서 길가다 혹시 넘어질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그런데 71세인 선생님의 테니스 기록이 놀라웠다. 퇴직하신 후에도 전국대회 테니스우승 34회를 비롯하여 총 77회의 입상 경력!!!을 갖고 계셨다. 장마담의 건강 비결은 조용한 성품과 반면에 테니스로 다져진 운동 속에 있었던 것이다
오메나 !! susupark 팀이 1등을 하였네. 모두 박수!! 2등은 장마담팀. 아니 젊은이들 다 어디 갔나? 그 연세에 운동을 그렇게 잘하시는 것보다 제자들과 함께 할 수 있음에 장마담은 무척 흐뭇하셨을것이다. 늦은 점심은 꿀맛으로 이어졌고 몸은 피곤하였지만 기쁜 마음으로 또 만날 것을 기약하며 서울로, 광주로, 영암으로, 목포로 떠났다.
‘테생테사-테니스에 살고 테니스에 죽는다-’는 봉형종의 글이 생각났다. 나는 전혀 테니스를 치지 않는다 아니 안하니 못한다고 표현할까? 하지만 테니스로 인해 알고 가까워진 susupark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들 또한 모두 나에게도 소중하고 그리운 친구들이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보고 싶어하고 만난다.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나도 무척 즐겁다. 그래서 ‘언제나 안녕’하며 안부를 묻는다 . (이상 친구들의 존칭 생략함을 이해해 주시길 바라며)
올해의 5월은 친구들과 장마담의 모임으로 인해 아주 바빴지만 뜻있게 보내게 되어 기쁘다. 그런 5월이 간다. - susupark과 같이 사는 오은영
“ 시저의 것은 시저에게, 담쟁이는 클라이머에게 ”
시저의 것은 시저에게, 담쟁이는 클라이머에게 (Render unto Caesar the things which are Caesar’s, and unto a climber the things that are Damjangyi’s. ) Susupark. ‘12/July/23
너그러우신 그분 아래서는 꼭 그런 분들이 패거리로 모여 잔 머리를 굴리나 보다. ‘담쟁이’를 걷어내려는 떼쟁이들의 이유가 가당찮다. 검인정교과서를 심사하는 한국교육평가원이 교과서에서 도종환 시인의 시와 산문을 특정인물을 지지하고 있다는 정치적 편향성의 이유로 수정을 권고했단다(사실상 삭제 강요). 그런데 입맛에 맞는 누구의 글은 빼자는 소리가 없었다. 그리고 문인들의 반발이 심하니까 눈치쟁이들이 다시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는지 선관위를 걸고 넘어지려다가 이번에는 헛물을 켰다. 국어 교과서와 선관위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 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 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담쟁이 앞에 막힌 벽은 없다. 모두가 그 앞에서 좌절할 때 말없이 벽을 타고 오를 뿐이다. 어떤 벽이라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의 힘은 수천 개의 잎들이 서로 손을 잡고 절망의 절벽까지도 넘는다. 새로운 손을 끝없이 만들며 뻗어 나간다. 담쟁이는 벽을 기고 퍼져나가는 겸허함과 치열함을 갖고 있다.
‘담쟁이’는 도종환 시인이 교직에서 해직당하고 썼단다. 힘겨운 해직의 나날, “한번은 회의 중에 답답해서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옆 건물 벽에는 담쟁이가 가득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저 담쟁이는 벽에 살면서도 저렇게 푸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쳐다보았습니다.” “ 말없이 그 벽을 오르는 모습에 대해서도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을 믿기 때문이겠지요.” (도종환의 나의 삶 나의 시 27)
한국경제신문이 2009년 직장인 103만 명을 대상으로 ‘ 내 인생의 시’를 조사했는데 1위가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2002년부터 수록되어 있는 도종환의 ‘담쟁이’였고 2위가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3위는 에드거 게스트의 ‘포기하면 안되지’였다.
독자의 해석은 자유라는 롤랑 바르트의 주장처럼 도종환의 시 ‘담쟁이’에서 담쟁이는 중의적 표현으로 담쟁이 넝쿨일수도 있고 포기하지 않고 절벽을 오르는 등반 클라이머일 수도 있다. 담쟁이는 장미군, 포도과, 담쟁이덩굴속, 담쟁이덩굴종으로 분류된다. 영어로는 ‘ivy’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덩굴식물은 크게 ‘creeper’와 ‘climber’로 구분할 수 있다. 식물이건 동물이건, 물건이건, 사람이건 간에 땅바닥을 주로 기는 것은 creeper이며 절벽이든, 나무든, 인공암벽이든, 월담을 하는 도둑이든 무엇인가를 타고 오르거나 기어오르는 것은 식물이든 동물이든 climber라고 한다. 영어의 Climber의 뜻은 담쟁이(식물)도 되고 암벽등반가도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말에서 ‘–쟁이’ 가 들어가는 말은 그것을 나타내는 속성을 많이 가진 사람이나 동물, 식물 등을 나타낸다. 주로 성질, 독특한 습관, 행동, 모양, 취미(?) 등이 있는 사람을 약간 얕잡아보는 말이다. 뻥쟁이, 수다쟁이, 싸움쟁이, 개구쟁이, 글쟁이, 노래쟁이, 소리쟁이, 마술쟁이, 고집쟁이, 바위쟁이(??), 억지쟁이 등등등.
공교롭게 우리말 ‘담쟁이’도 식물인 ‘담쟁이’가 될 수 있고 ‘담을 자발적으로 넘는(타는) 사람(클라이머)’을 지칭 할 수 있다고 우긴다면 나만의 억지인가? 식물, 사람 둘다 손을 가지고 있다. 손바닥(빨판)을 이용해 담이나 암벽을 기어오르는 덩굴 손과 등반 손을 뻗쳐 손바닥과 손가락의 마찰력으로 밋밋한 홀드를 잡는 동작 들은 비슷한 것 같다. 운동을 많이 한 볼더러*의 손가락 끝과 담쟁이 덩굴손은 기능이나 모습이 같다.
로마제국의 통치하에서 유대민족의 지도자격인 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예수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시저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은 일이냐고 물었다. 예수는 티베리우스 시저의 코인(화폐)을 가리키며 답했다. “그러므로 시저의 것은 시저에게 주고 신의 것은 신에게 돌려라 (Render therefore unto Caesar the things which are Caesar’s, and unto God the things that are God’s.).” 마태복음 22장 21절에 있는 예수의 말씀이 실감 있게 다가온다. 시는 평가원의 것이 아니다. 속보이는 간섭일랑 그만 두고, 국민의 것은 국민에게 돌려줘라.
‘담쟁이’는 독자적으로 시인과 독자의 것이다. 담쟁이는 또한 클라이머(climber)의 것이다. 쓸 것인가 걷어낼 것인가는 등반 클라이머에게 먼저 물어볼 일이다.
“시저의 것은 시저에게, 담쟁이는 클라이머에게 맡겨라 (Render unto Caesar the things which are Caesar’s, and unto a climber the things that are Damjangyi’s(담쟁이) ).”
시 삭제는 담쟁이에 대한 폭력이며 클라이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볼더링(bouldering: 록클라이밍과 사촌간으로 높이 3~5m 이내의 암벽이나 인공암벽을 로프 없이 발이나 맨손으로 오르는 등반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