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reation
여가생활

 

 

 

ㆍ작성자 김태룡
ㆍ작성일 2005-05-25 (수)
ㆍ추천: 0  ㆍ조회: 3368   
실크로드 여행기1.-황토와 회청색 귀리밭



     
     맥적산 입구, 본격적인 탐사에 앞서


   우리 일행 34명을 태운 버스는 2005년 4월 30일 오후부터

秦始皇이 통치하던 隨나라의 도읍지 咸陽을 뒤로 하고

서북쪽을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새로 깔린 고속도로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창밖에는 황토밭 위로 옥수수와 밀을 심은 초록빛 들판이

지평선이 끝나는 데까지 펼쳐졌 있다. 

대기에는 매캐하고 시큼한 유황냄새가 심하게 배어 있다.

아직도 중국인들은

유연탄을 태우는 화력발전소에 탈황설비를 제대로 가동시키지 않고 있다.

환경보다는 발전원가를 우선하는 탓이다.

 

버스가 한시간을 연이어 달리자

좌우에 보이는 맨사댕이의 황토 언덕들이 벌건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도로는 황토계곡을 가로지르거나 황토터널을 뚫고 이어져 있다.

오직 황토 뿐이다.

중국 북부의 황토는 국토의 서북쪽 끝 우르무치에서 북경 교외까지

거의 4,000Km를 이어오며 수십미터에서 2백미터까지 두터운 대지층을 이루고 있다.

뜨겁고 건조한 기후 때문에 단단하게 굳어진 황토 사이를 황하가 파고들게 되면

사람이 살게 되고 문명이 싹트게 된다.

사람들은 이 모진 땅에 귀리를 심어 가꿀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지금 황토 언덕 위에는 한뼘의 빈곳도 허용하지 않고 회청색의 귀리가 심어져 있다.

연간 강우량 40mm, 척박하고 돌덩이 같은 황토언덕에 귀리 씨앗을 심으면

싹이 나고 뿌리를 내린 후, 이슬을 마시고 햇빛을 받으면서 알곡으로 변한다.

 

   


  황토언덕 절벽에 시커먼 동굴들이 보인다.

이름하여 “僚洞”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천연 주거시설이다.

그 척박한 땅에서 귀리로 주곡을 삼고 황토동굴에서 생활하면서

황하를 이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 문명의 성립조건이다.

요즘도 시골에서는 요동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황토와 밀밭>이라는 삶의 형상이

만리 장성을 따라서 북경일대까지 이어진 중국 농촌의 전형이다.

오늘 나는 수천년을 이어온 삶의 현장이며 역사를 만들어 온 터전을 보고 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황토위에 회청색 파스텔로 죽죽 그어 놓은 듯한 귀리밭 풍경이

눈과 머리와 가슴에 가득차 버린다.

 “아, 黃土와 回靑色!”

그것은 이미 3개월 전에 내 뇌리에 각인된 바 있었다.

통도사 성보박물관 갤러리에서 마주친 ‘서용 교수의 돈황벽화전.’

바래진 그 색감 위에서 기묘한 세월의 흔적을 보았었다.

회청색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서용교수가 7년을 기거하며 그려냈던 敦煌의 莫高窟을 직접 보고 싶었다. 

법사님이 안내를 맡아서 우리를 인도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法眼法師를 따르는 도반 34명이

실크로드 8박 9일의 문화탐방길에 오르게 된 것이다.



시안(西安, 옛지명 장안) 비행장에 내린 우리 일행이 첫번째로 들렀던 곳은

함양박물관이었다. 

진시황시대(재위 BC246-210)의 유물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다.

세련된 형태와 아름다운 무늬를 새긴를 수막새 기와,

다양한 기하학적 문양으로 치장된 바닥전돌, 엄청나게 큰 치미등이 전시되어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유물은 다리미 모양의 주철로 된 되(斗)였다.

역사상 최초로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만든 도량형인 바, 위대함의 징표다.

 

    

 

우리는 13개 국가가 도읍을 정했던 장안과 낙양 일대를 뒤로 하고

실크로드를 따라 서북쪽으로만 일정을 잡았다.

그 곳은 후일 열흘 예정으로 다시 찾아와 온갖 문화유적을 세세히 살피기로 했다.

 

첫 기착지는 河西柱廊이 시작되는 天水라는 도시였다.

서안을 떠나 유라시아,인도로 가는 서북쪽 길 실크로드의 초입이다.

여기서부터 만리장성의 끝인 가욕관까지

서북쪽으로 길이 800Km, 폭 10~40Km의 협곡이 이어져 있다.

협곡의 남쪽으로는 기련산맥이 달리고 북쪽으로는 만리장성이 둘러쳐졌다.

 

천수에서 첫밤을 묵은 후 새벽 5시반에 일어나

운동화끈을 매고 호텔 명함 한장을 든채 여명 속에 천천히 시내 도로를 달렸다.

시내는 그리 크지 않았고, 여느 도시처럼 건설현장이 즐비하다.

외곽쪽으로 나가는 강둑을 올라서니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아차!

폭 50M쯤 개울에는 전혀 걸러지지 않은 汚水가 흐르고,

일반쓰레기가 그대로 버려져 있다.

 

한참을 달리는데 아래배가 살살 아프다.

화장지도 없는데 큰일이다.

우거지상을 하며 얼마쯤 달리니 허름한 주유소가 나온다.

주유원 총각을 만났으나 말 한마디 못알아 듣는다.

 순전히 몸짓만으로

“야! 나 똥마려운데 화장지 좀 주라. 그리고 화장실이 어디냐?”라고

물어 찾은 화장실이 참 고약하게 지어져 있었다.

타일로 만든 발판 위에 쭈그리고 앉아 일을 본 다음

수도꼭지를 틀어서 배설물을 흘려보내게 되어 있다.

물론 밖에서 안에서 하는 짓을 다 들여다 볼 수 있고.


211.201.16.120 김태룡: 훈종아, 다음카페 <법안법사>에 있는 여행기 사진을 옮겨 실을 수 있게 좀 가르쳐 다오. -[05/25-18:06]-
211.38.131.66 장재홍: 며칠전 태룡이 자네한테
홈피 들렀다가 글 안올린다고 경고장 먹고
이렇게 신고허네.
자네의 맛갈스런 여행기는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최명희의' 혼불'보다 더 재밌는 거 같네.(약간 아부성? 인정!)
속편들이 기대되네. -[05/25-18:18]-
 
  0
3500
20 무등산 옛길(스토리텔링) [4]+2 껌둥이 2011-01-05 2964
19 진도향란 여름나기 [3] 정석구 2009-08-17 3001
18 珍島香蘭-신재형에 감사 [5] 정석구 2009-03-12 3724
17 정석구의 지리산 암자 순례기 [1] 김태룡 2007-12-09 3738
16 바이칼여행기2 [1] 정석구 2005-12-11 3980
15 바이칼 여행기 [1] 정석구 2005-08-21 4596
14 실크로드 여행기6. 살아 생전에 이런 감격을.... 김태룡 2005-05-26 4255
13 실크로드 여행기5 [1] 김태룡 2005-05-26 3781
12 실크로드 여행기4-陽關과 玉門關 [1] 김태룡 2005-05-26 3444
11 실크로드 여행기3.-맨얼굴의 부처님 김태룡 2005-05-26 3534
10 실크로드 여행기2.-佛敎 가이드계의 至尊 金春女씨 김태룡 2005-05-26 3265
9 실크로드 여행기1.-황토와 회청색 귀리밭 [2] 김태룡 2005-05-25 336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