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一切唯心造
참 오랫만에 글을 쓴다. 무얼 쓸까 하다가 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가장 간절한 이야기를 일기처럼 써 보기로 했다. 사실 이런 잡글을 올리는 경우 다른 사람이 읽어 줄 만한 가치가 있겠냐 싶어 망설여지기도 한다. 누구나 다 겪고 있겠지만 나도 자식 농사 때문에 속이 터진다. 이놈의 농사는 맘에 안든다고 작파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러나 속이 타는 것은 내 사정이고 아들놈은 늘 삐딱선을 타고 앉아 있다. 어쩔 때는 자식이 부모말 잘 들어 봐야 범생이 밖에 더 되냐는 생각, 저도 이제 인격을 갖추기 시작했으니 시행착오를 원없이 하다가 제자리로 돌아 오는 것이 오히려 길게 보면 좋을 것이다는 생각도 들지만 세월이 인생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엄연한 현실을 어찌 깨닫게 해주나? 공부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를 염불처럼 해대고, 좋은 학원과 과외선생을 찾아 헤매는 마누라 꼴을 보다 못해 내가 나서기로 했다. 그래서 들고 나온 화두가 一切唯心造이다. '세상일은 다 마음 먹기 나름이다.'란 뜻. 일단 이 화두를 자식의 머리 속에 최대한 심어 보기로 했다. 내 안에 모든 세상 즉 우주가 들어 있고, 또 우주 속에 내가 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오직 내 한마음 一心뿐이다. 따라서 그 <내마음>이란 놈을 잘 검토하고 관찰해서 그걸 내걸로 만들어야 한다. 마음씀을 달리 해서 나타난 현상을 보자. 똑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어떤 사람에게는 그 세상이 천국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지옥이다. 체력이 극도로 소진되고 다리에 쥐가 나는 고통을 참으며 마라톤을 끝내고서 이것이 행복이라고 미소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쩌다 30분 쯤 걸어가게 되는 경우에도 불만이 가득인 사람도 있다. 해야할 공부가 너무 많아서 밥먹기도 잠자기도 시간이 아까운 학생이 있는가 하면 공부는 건성으로 하면서도 게임,오락,스포츠 등의 TV프로를 놓칠 수 없다는 수험생도 있다. 결국 그것은 자기 마음 속에 "해보자."라는 성취 동기를 깊고 뜨겁게 심어 둔 학생과 그저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라는 피상적이고 수동적인 바램만을 가진 학생의 차이다. 자기 인생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 그리고 불타는 성취 동기로 재무장하지 않으면 높은 집중력을 갖고 지속적으로 공부에 열중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체험을 통해서 잘 안다. 그동안 갖고 있던 구태의연한 사고의 틀에 충격이 가하고, 그 충격 속에서 새로 태어나게 해 줄 계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겨울방학이 시작된 첫날인 내일 새벽에 고2에 올라가는 아들과 백두대간 중 하나를 넘어 보기로 했다. 오늘밤 10시에 동대문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나가 내일 새벽에는 태백산이나 두타산 봉우리에서 동해의 일출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산을 넘는 내일은 금년 들어 가장 춥다고 한다. 아마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에서 30도쯤 될 것이다. 극한지 훈련을 통해 우리 부자는 지루하고 짜증났던 금년을 털어버리고 내년을 씩씩하게 살아갈 힘을 얻어 올 수 있을 것이다. 눈보라와 매서운 추위와 맞서고 험준한 산길을 오르면서 우리는 나와 세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들은 은근히 두려운 모양이다. 작년 신년 해돋이 구경을 한다고 설악산 대청봉에 두 아들을 데리고 갔었는데 그 때 경험했던 강추위가 겁이 나는 것 같다. 나는 "야, 사나이 가는 길에 거칠 것이 뭐 있냐? 길이 따로 있냐? 내가 가면 다 길이다."라면서 꼬드겼다. 내키지는 않은 것 같으면서도 따라와 준다니 고맙다. 오랫만에 들어온 까페에 지루한 글을 남긴 것 같다. 모두들 안녕. 검불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