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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칼럼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 2016-09-30 (금)
ㆍ추천: 0  ㆍ조회: 777   
@[아수라] 악당들의 향연, 누가 누가 더 악랄할까?

‘아수라장’은 모든 게 엉망진창으로 잘못 되어버린 곳이다. 중생이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윤회할 때, 자신이 지은 업보에 따라 태어나는 세계가 6가지다. 지옥도地獄道 · 아귀도餓鬼道 · 축생도畜生道 · 아수라도阿修羅道 · 인간도人間道 · 천상도天上道. ‘지옥도 · 아귀도 · 축생도’는 인간이 살아서는 경험할 수 없는 세상이다. 아수라장은 인간의 세상보다 나쁜 쪽으로 아래에 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인간들이 살아서 경험하는 가장 나쁜 모습을 뜻한다. 그 모습은 어떠할까?
 


내가 경험한 가장 나쁜 세상은 ‘그해 오월’에 전두환이 광주에서 저지른 살인과 폭행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만든 ‘이 나쁜 세상’이다. 가슴이 검게 타버린 분노를 주체하기 어렵다. 이번에 김성수 감독이 그려낸 세상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그 어느 곳에 막장이다. ‘안남安南’이라는 아늑한 이름을 가진 도시가 ‘뉴타운 재개발사업’이라는 그럴싸한 간판을 내걸었다. 그러나 그 도시의 시장 · 깡패 · 검찰 · 경찰, 그리고 그 틈새로 몰려드는 그 시다바리나 양아치들의 눈에 돈독이 올라서 온통 핏빛으로 충혈되어 있다.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니라, 싸그리 모두 다 악당들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만의 핏빛 잔치가 펼쳐진다. 지나치게 핏빛으로 과장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피칠갑하는 살육의 현장은 지금 이 세상의 냉혹한 잔인함을 비유했다. 비록 신문지로 덮어서 가려져 있지만, 온 세상으로 퍼져가는 그 피비린내까지는 감출 수가 없다.

그 동안 내가 만난 김성수 감독의 작품들은 대체로 괜찮지만, 매끈하게 멋을 부려서 달짝지근하게 만들기 때문에, 강렬하게 매운 맛이 항상 부족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첫 장면부터 감당하기 힘들만큼 강렬했다. 깜짝 놀랐다. 스토리도 영상도 그러했고, 액션도 대사도 그러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주인공부터 엑스트라까지 모두 다 나쁜 놈들이고, 자주 등장할수록 더욱 그악스럽게 악랄해진다.( 정우성과 주지훈은 그나마 좋은 구석이 조금 있지만, 그것도 그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요, 주인공을 떠나서 껍데기만 보면 나쁜 놈이기는 마찬가지다. ) “누가 누가, 더 나쁜 놈일까?” ‘아수라장의 두목’을 선발하는 경기장 같다. 그래서 그 악당
들의 연기가 눈이 데일 정도로 치열하다.

<예고편>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44913&mid=31906#tab

정우성의 나쁜 놈 연기를 몇 개 보았지만, 차갑기는 해도 이렇게까지 치열하진 않았다. 감독만 화악 변신한 게 아니라, 그의 단짝인 정우성마저도 이번엔 온 몸이 화악 타오른다. 자기의 연기에 새로운 지평을 넓힌 듯하다. 주지훈은 어디서 본 듯하지만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런데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악당 연기에 전혀 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가 없었다면 이 영화가 유명한 배우들의 ‘악역 향연’에 그치고 말았을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로 신선하고 대단한 연기력을 보여주었고, 이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은 ‘일등공신’이라고 할 만하다. 좋은 감독의 좋은 작품으로, 이런 대단한 연기를 한 번 더 만나고 싶다. 황정민은 [달콤한 인생]에서 백사장 캐릭터가 최고였고, 곽도원은 [범죄와 전쟁]에서 검사 캐릭터가 최고였다. 이 영화에서도 그에 버금갈 만큼 악랄했다. 대단한 배우들이다. 정만식은 비열한 악당 캐릭터에 참 잘 어울리지만, 눈에 쏘옥 들어오질 않는다. 그 아쉬움이 캐릭터 때문인지 실력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주지훈 만큼이나 눈에 띄는 조연이 둘이다. 광기서린 막무가내 마약쟁이 짝대기 김원해와 무대포로 막가는 전라도 사투리 깡패 태사장의 김해곤이다. 그 캐릭터의 포스가 확 밀려온다. 두 조연의 이런 연기력을 더 확실하게 보여줄 작품이 없을까?

매섭고 강렬하게 잘 만든 작품인데도, [친구]나 [내부자들]처럼 감동을 주지 못하고, [부당거래]나 [베테랑]만큼 재미를 주지도 못하며, [타짜]나 [범죄와 전쟁]처럼 감칠 맛이 있지도 않다. 왜 그럴까?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이 세상을 더욱 맵고 강렬하게 그려냈지만, 앞서 히트한 영화들의 속편을 보는 듯하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이 세상의 냉혹한 잔인함을 낭자한 핏빛으로 비유하여 분노했지만, ‘뒷골목 수컷들의 불알 싸움’에 지나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안타깝다. 그러나 주연과 조연들의 대단한 연기력 그리고 손에 땀을 쥐는 자동차 레이스 장면 등을 비롯하여, 이 영화만이 갖는 볼꺼리가 많다. 핏빛 잔혹함을 지겨워하는 사람은 보지 말라. 섬뜩한 장면이 많다.

* 대중재미 A0, * 영화기술 A+, * 감독의 관점과 내공 : 사회파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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