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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전우익! 1925년 경북봉화에서 대지주의 손자로 태어나 일제시대에 중학을 마쳤다. 해방이후 사회주의 활동 전력 때문에 6년여의 옥살이를 했다. 고향 봉화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연에 순응하며 살다가 2년 전에 세상을 떴다. 전우익이 농사를 지으면서 남긴 에세이를 묶은 글을 지인들이 편집하여 책을 찍었다. 제목이 바로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다. MBC의 <느낌표!>에 추천되더니 2년 전에 이미 43판을 찍는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그 책을 읽고 이웃과 그 감동을 나누고자 스무권을 사서 돌렸었다. 전우익 선생은 가족이 다 떠난 고향마을에 홀로 남아 생활하면서 물질은 가장 작게 소비하고 정신적 자양분은 가장 많이 생산해 냈다. 신발이나 옷가지, 생활도구 등은 대부분 남이 버린 것을 주워다 썼다. 그리고 시골 마을 밭떼기를 자기 힘닿는 데 까지 일궈 수확한 농산물을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는 해뜨면 밭에 엎드려 일하고 해지면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나는 그 책 속에서 이 복잡.다단한 사회생활을 정리한 후 앞으로 내가 지향하며 살아가야 할 큰 이정표를 보았다. 전우익 선생이 사는 방식이 갖는 가치에 눈을 뜬 이후로 미국의 자연주의 사상가 스코트 니어링이나 전기마저 들어오지 않고 산사에 은둔하여 사는 법정스님처럼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인도에서는 애들을 다 키우고 경제활동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는 나이가 되면 홀연히 집을 버리고 길거리에 나가 걸식을 한다고 한다. 물질로부터의 속박에서 벗어나, 우주와 자연의 운행과 일체가 되는 자아를 찾아 대자유인의 길을 나서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강가에서, 혹은 길위에서 굶거나 얼어 죽는다고 한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멋있는 마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브레이크없는 차를 탄 기세로 뭔가를 얻어보겠다고 아웅다웅 하며 얼마 남지 않은 힘을 다 허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남은 몇년간 부지런을 떨면서 이리저리 엉킨 인연을 정리하고 나서는 홀연히 은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적어도 향후 15년 이전에는 그리 되겠지. 빠르면 10년 안에 올 거야. 지금부터 15년 후면 애들이 완전히 자립해 있을 것이고, 부모님은 저 세상으로 가셨거나, 거의 가신 상태일 것이다. 그 때는 아무의 눈치도 안보고 나와 마누라의 의지대로 살 수 있을 것이다. 햇빛 잘드는 따뜻한 동네의 어느 폐가를 하나 구하여, 찾아오는 친구들 재울만한 구들방을 들이자. 낮에는 200평쯤 되는 채마밭을 가꾸고, 밤이면 책을 읽거나 명상하고 기도한다. 가끔은 동네 노인정에 내려가 막거리내기 바둑을 두기도 하고, 젊은이들 이야기도 들어봐야겠지. 65세 이후 죽는날까지 130만원씩 나온다는 내 국민연금 수입만으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살수 있기를 원한다. 뜻이 맞는 친구가 이웃에 한두명 살고 있다면 더 좋겠지. 내 뜻이 낭만적 환상을 넘어서 실천가능한 현실로 다가 오려면 여러 고비를 넘어야 할 것이다. 제일 큰 고비는 아내의 동의를 얻는 것일 게다. 동의가 안되면 서로 개성있게 살면서 가끔씩 만날 수도 있겠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니 만큼 짬짬히 준비해 나가야겠다. 오랫만에 글을 써보네. 친구들, 그동안 안녕? 태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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