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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가 골프라는 운동을 한지는 거의 20년이 되어 간다(구력 20년!). 미국 유학생활을 1984년에 시작했는데 주위에서 골프치는 사람도 많고 그러다보니 클럽 빌려서 집 뒤에서 휘둘러보고 해서 입문은 일찍했는데 실제로 필드에 나가본 것은 93년이다. 내가 근무하던 대학에 한국교환교수 한분이 오셔서 친해졌는데 하도 골프를 치고 싶어 하시는지라 어쩔수 없이 한달 쯤 쳤다. 첨에는 좀 망설였는데 가보니까 재미가 붙더라. 그때가 5월인지라 골프백에 맥주 6개 캔 넣어가지고 가서 실컷 마시며치다가 끝나면 클럽하우스에서 다시 맥주먹고 돌아오니까 뭐 이만한 술자리도 없겠다 싶어서 매일 갔다. 괜히 마누라 눈치보며 밤에 나가느니 낮에 가서 적당히 운동하면서 마시고 오면 뒤끝도 좋고 마누라도 별 말이 없고해서. 물론 골프치는 재미도 약간 있더라. 널따랗게 퍼진 파란 잔디보면서 휘두르는 재미, 어쩌다 잘맞아서 날아가는 흰 공 보는 재미, 그리고 깍아놓은 잔디 냄새 등등. 뭐 주로 뒷땅 치거나 이마 까고 그랬지만, 그 때 내 스코어가 115-120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제대로 배우지를 않고 순전히 취미로 치는거라 실력이 늘지는 않더구만. 한국와서(1994년) 골프장 2번 갔다. 한번은 친구들하고 송정리 미군부대 골프장가고 한번은 최철훈이 무안 골프장 오픈하기 전에 동창들 초대할 때 가고. 한마디로 스트레스 심하더구만. 뭔가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분위기, 캐디아가씨, 게다가 미국서 했던 맥주/담배 등은 좀 그렇고, 그 담에 제대로 된 골프장 가려면 비용이 10-20만원(돈따먹기하면 말할수 없고)이라 그것도 좀 부담되고. 무엇보다도 내 실력이 너무나 딸려서 다른 사람들과 맞출수가 없더라. 해서 이건 내가 할 운동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각설하고, 여기 사우스 캐롤라이나는 정말 골프장이 많다. 첨에 여기 도착해서 등산 같이 할 사람을 찾았더니 아무도 없더라. 바다가서 놀거나 골프치지 뭐하러 머나먼 산에 가는지 이해를 못하더구만. 첨에는 그런 사람들이 이해가 안가더라만 지금은 이해가 간다. 내가 누구냐. 일고 51회 아니냐. 사람들 몇명 모아서 매주 라켓볼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1-2시간 작살나게 운동하고 같이 근처 맥주집에 가서 시원하게 마시고. 다들 무지 좋아하더구만. 최교수님 오셔서 정말 사는 것 같다고. 요새는 운동 참가 못하고 맥주집으로 바로 오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운동시간은 그대로인데 맥주마시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는거지. 첨엔 6시에 운동끝나고 7시에 파장하다가 그 다음 주에는 8시, 9시, 10시, 11시, 마무리로 당구도 치고. 본인들이야 상관없지만 마누라들이 싫어할까봐 걱정이 되더라. 서론이 좀 길었다. 이번에 이곳에 교환학자로 온 사람이 있는데 한국서 체육학박사를 받은 친구인데 30세다. 내가 오기 전에 좀 여러가지로 도와주었는데 문제는 이 친구가 골프가 진짜 싱글이다. 여기 온 목적이 스포츠 사회학을 공부하는 건데 그중에서도 골프사회학이다. 이번 12월 15일에 왔는데 일단 몸을 보니 정말 실팍하게 빠졌더라. 이곳에서 골프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골프연습장에 데리고 갔는데 이건 정말 프로라고 이구동성이다. 근데 이 친구가 나보고도 한번 휘둘러보라고 해서 몇번 했더니 가지고 온 디지털카메라로 찍어서 내 폼을 보더니 이것저것 지적하며 가르쳐 주는기라. 내야 가르치는 거야 익숙하지만 배우는 거는 좀 그래서 머뭇거렸더니 "아이, 교수님 왜 이러심니꺼, 제가 교수님 은혜갚으려 합니데이"하면서 막 우기는지라 어쩔수없이, 정말 어쩔수없이 따라했다. 아, 그랬더니 정말 공이 제대로 맞네 그랴. 난 그 전에 레슨 한번 받아본 적이 없이 그냥 혼자 감각으로 치던거라 왔다갔다했는데 이 친구 보니까 정말 골프를 체계적으로 배운 사람같더구만. 난 여기와서 정말 미국 산에 가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우리나라 지리산처럼 사람 버글대지 않는 곳에서 땀흘리고 올라가서 담배 한대 피우며 앞뒷산 보며 별보고 자고. 근데 그게 불가능한거라. 첫째 차편이 없고, 둘째 같이 갈 사람이 없다. 근데 골프장은 주위에 얼마든지 있고 갈 사람도 많다. 게다가 좋은 교사도 이번에 왔다. 내가 골프 구력 20년에 그대로 120타로 남느냐 아니면 100타로 가느냐 하는 기로에 서있다. 몰론 나는 산을 더 좋아한다. 근데 여기서는 산을 갈수 없다. 한가지 문제가 더 있다. 등산장비는 많이 있는데 골프 장비는 없다는 것이다. 이 친구 말을 듣고 보니 골프채 장만하는데 대충 1000불이 들겠구만. 그 친구 말대로 아주 좋은 것으로 하려면 2000불이고. 그돈으로 고어텍스 자켓이랑 폴라텍 속옷 등등 등산장비 여러가지 살수 있는데 말이야. 게다가 한국 돌아가면 얼마나 골프를 치게 될지 알수도 없고. 친구들아, 골프를 배울까 말까.  신재형: 준영아, 내가 아이들한테 자주 하는 소리가 있다. 무엇이든 못하면 재미없고 하기 싫다고... 일단 잘할 때까지 해보고 계속할까말까는 나중에 판단하라고... 나도 너처럼 독학인 데다가 구력은 3년 남짓밖에 안된다. 하지만 해라. 배울 수 있을 때 배우고, 칠 수 있을 때 실컷 쳐라. 너는 지금 재미도 조금 붙여가는 것 같은데... 그럴 때 고삐를 바짝 당겨라. 화이팅 -[12/30-20:16]- 이대용: 나중을 생각하지 말고 지금을 즐겨라. 지금 재미있는 것이 최고지, 괜히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써먹느지 마니 하는 생각은 아예 버려라. 골프채는 적당하게 저렴한 것으로 사서, 거기에서 즐기고 나중에 한국 에 돌아오면 그때는 다시 등산과 술자리를 즐기고 하면 되자 않냐 ? 나도 뉴질랜드에 있을 때 골프 좀 쳤지만, 여기에 돌아와서는 그냥 그 것이 추억으로만 남고, 가끔 술자리에서 안주거리로만 남아 있다. 그 리고 골프라는 것이 잘 치다가도 한 1년만 안치면 다시 되돌아가는 것 같드구만 여하튼 지금 골프에 재미를 붙이는 것 같아서 듣기가 좋구만 -[01/05-1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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