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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에서 웨스트 팜비치로 가는 길에 和而不同을 생각하다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작년 큰애 고등학교 졸업식에 갔다가 애틀랜타에서 키웨스트까지 자동차로 왕복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틀랜타에서 웨스트팜비치까지 하루에 주파한다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야심차게도 중간에 올랜도에서 4시간 가량 머무는 일정을 포함해서 하루에 주파한다고 계획을 짰으니... 새벽 5시에 출발하여 그담날 새벽 1시반에 녹초가 되어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 뙤약볕 아래서 싸구려 미제차 임팔라를 운전하면서 얻은 결론은 우리가 배운 화이부동은 해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초지종은 담과 같습니다. 여름 올랜도에서 웨스트 팜비치 구간은 차 앞유리가 후라이판이라고 해야 옳을 정도고, 짝짓기하는 파리떼들이 무수히 유리창에 부딛쳐서 즉사하는 구간입니다. 얼마나 유리창이 뜨겁냐. 죽는 즉시 말라붙어 워셔액으로 닦아내도 제대로 닦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얼마나 많이 달라붙냐? 차 앞면이 온통 회색으로 변합니다. 올랜도나 웨스트팜비치 부근의 휴게소에서 앞유리로 진행방향, 즉 지나온 구간을 판단하기는 무척 쉽습니다. 오르가슴의 순간에 차창에 부딛쳐 즉사한 다음 거의 화장되는 파리들이 소낙비처럼 차창에 부딛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비위가 약한 사람은 이 설명만으로도 구역질이 날 것입니다. 그런데... 이 구간을 애인과 오픈카로 달리는 커플이 있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미친 년놈들 하며 비웃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커플이 적잖은 정도가 아니라 제법 많았다는 것입니다. 교미하던 파리가 어디로 갈까? 어디에 부딛칠까? 아무리 공기역학적으로 잘 설계된 차라 하더라도 얼굴에 부딛치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골몰하던 순간... 오토바이로 이 구간을 질주하는 무리를 발견했습니다. 그들의 고글이나 헤드기어에 와이퍼가 있는가?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걔중에는 마스크도 없이 달리는 이도 있었습니다. 맨 처음 오픈카를 보고 미친 년놈들 하며 거만하게 뇌까렸던 제 모습이 갑자기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때 불현듯 화이부동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떠올랐습니다. 和而不同에 대한 해석이 "나와 같지 아니함, 내 생각이나 언행과 다를지라도 친하게 지내다, 같지 아니함 속에서 오히려 편안하다, 평화롭다"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귀국한 다음 원전을 찾아보았습니다.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논어의 자로편에 있는 말입니다. 군자는 남과 화목하게 지내되 휩쓸리지 아니하나, 소인은 같아도 서로 불화한다. 이 고전적 해석에서 和와 同이 대구로 쓰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同은 처음에는 부화뇌동하다는 의미로 쓰였다가, 뒤에는 같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제 해석은 이랬습니다. " 군자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언행이 나와 같지 않음 속에서도 평화로움을 느끼지만, 소인배는 모든 것이 판박이처럼 나와 같은 상대하고도 화목하게 지내지 못한다."였습니다. 여러 선생들에게 제 생각처럼 해석한 유학자가 있는가 확인해 보았지만, 단한마디에 박살이 나버리곤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신영복선생에게서 거의 저와 똑같은 해석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신영복 선생의 해석을 요약하면 담과 같습니다. "유가학파의 메시지는 다른 제자학파들의 사상과 마찬가지로 대체로 춘추 전국시대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춘추전국시대는 수많은 제후국들이 전쟁방식에 의하여 흡수 합병되는 과정입니다. 춘추시대에는 12개의 제후국으로 줄어들고 전국시대에는 다시 일곱개의 나라로 통합되고 드디어 진(秦)이라는 한 개의 나라로 통합되는 과정입니다. 이 전쟁방식의 통합과정은 엄청난 희생과 파괴를 동반했음은 물론입니다. [논어]의 이 화동론(和同論)은 춘추전국시대에 대한 유가학파의 비판적 주장입니다. 전쟁방식의 패권적 질서를 반대하고 주(周)시대의 제후국 연합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는 정치적 메세지입니다. 화(和)는 관용과 공존의 논리입니다. 반면에 동(同)은 지배와 흡수합병의 논리입니다. 따라서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의 의미는 군자는 자기와 타자의 차이를 시인하고 타자를 지배하거나 흡수하려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소인동이불화(小人同而不和)'의 의미는 소인은 타자를 용납하지 않으며 지배하고 흡수하여 동화한다는 의미로 읽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화의 논리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용의 논리이면서 나아가 공존과 평화의 원리입니다. 그에 비하여 동의 논리는 지배, 흡수, 통합의 논리입니다. 동의 논리 아래에서는 단지 양적 발전만이 가능합니다. 질적 발전은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화의 논리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의 구절은 다음과 같이 읽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배하려고 하지 않으며, 소인은 지배하려고 하며 공존하지 못한다' 바로 이점에 있어서 논어의 이 화동담론은 현대사회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됩니다." 왜 1년 하고도 한달이 지난 일을 우리 친구들 싸이트에 올리는지 헤아려 주셨으면 합니다. 내가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또 항상 옳은 것도, 사실인 것도 아니며, 설혹 100% 사실이고, 내 주장이 100% 진실이라 할지라도 21세기에는 신영복류의 和而不同, 다양성, 원형질의 보존, 이종교배 등등의 세상인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내 판단이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회의도 없이 친구이지만 남을 함부로 판단하고 재단하고 평가하는 일은 50이 넘어서버린 우리 나이와도 어울리지 않는 일입니다. "남이 나와 같지 않음 속에서도 편안하다면 가히 군자요, 내 주장을 펴면서 남을 몰아치면서 화목할 줄 모르는 이는 소인배니라." 이는 도덕교과서적인 새로운 해석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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