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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절 살림도 인간사와 똑같아 돈을 벌고 살림을 하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공부를 하거나 가르치고, 어떤 사람은 도를 닦고 그러는 곳이다. 우리가 스님들을 생각할 때 맨 처음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乞僧일 것이고, 그 다음이 조계종 총무원장 싸움, 그리고 하늘처럼 높은 곳에 존재하는 몇몇 禪僧일 것이다. 크게 나누면 절 살림을 책임지는 行政僧, 공부하고 가르치는 學僧, 도를 닦는 禪僧으로 나눌 수 있다. 이번에 입적한 法長은 대표적인 行政僧이다. 살림꾼으로서의 행정승의 최고 덕목은 절살림을 알뜰살뜰하게 잘 꾸리는 것이다. 法長은 知詵스님처럼 민주화운동에 깊이 개입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군사정권에 빌붙어먹던 총무원장들 밑에서 조계종 총무원의 중간감투까지 쓴 경력이 있었을 정도로 보수적인 행정승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정치적으로는 한나라당에 더 가깝지 않았나 짐작도 한다. 법장이 수덕사 주지로 있었던 시절에, 아마 7-8년전이지 싶다, 식구들과 함께 수덕사에서 1박2일을 보내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佛事가 절집 망치는 건축 중심으로 되어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 이유가 그래야 돈이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저는 불사가 건축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오히려 지금이야 말로 시중 저자거리에 절과 스님들이 나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요." "이미 절은 나이먹은 사람들이나 다니는 곳으로 치부 된 듯 싶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절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이 있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자식이나 손자를 보낼 텐 데 말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유치원을 하나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장인을 위한 선방같은 것도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서울에 하나 열어놓고 있구요." 이야기를 해보니 法長의 사고가 상당히 개혁적이었고, 또 그 가운데 얻은 결론과 방향을 이미 실천하고 있다는 데 놀랐다. 내가 짐작했던 꼴통보수 중은 아니었다. 불교연구소같은 것을 열어 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출신인 이은윤씨에게 그 책임을 맡기기도 했고... 나중에 법장이 총무원장이 되어 한 일 가운데 가장 놀라운 일은 몇몇 부장을 비구니로 임명한 것이었다. 불교계에는 여성은 성불할 수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던 곳이다. 마치 개신교에 여성목사가 드물고 천주교에 여성 사제가 없듯이... 그러던 총무원에 비구니 부장이 임명되었을 뿐더러, 그 비구니 부장들의 능력 또한 출중하여, 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총무원이 좋지 않은 일로 신문지상에 오르는 일도 없었고, 통과의례처럼 치루던 절집 싸움도 없는 시절이 되었다. 태룡이 말대로 몸피도 두껍고 인상도 영락없는 저잣거리의 깡패같은 사람이지만, 그가 조용히 가져온 불교계의 자그마한 개혁만으로도 법장은 조계종 역사에 기록될 업적을 남겼다고 본다. 우리가 행정승이었던 그에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위험하다. 그가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 실천했던 개혁적인 행보를 조용히 곰씹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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