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th
종교와 신앙

 

 

 

ㆍ작성자 김태룡
ㆍ작성일 2005-09-14 (수)
ㆍ추천: 0  ㆍ조회: 4434   
法長스님의 屍身寄贈
조계종 총무원장을 하던 법장스님이 며칠전 入寂하셨다.
불교 행정의 수반이 심장질환으로 갑자기 타계하자 佛門이 요란하다.
다비식이니,영결식이니 장례준비에 한참 바쁘다.

솔직히 나는 그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우선 너무 살이 찌고 욕심이 많은 사람처럼 보여 싫은 인상이었다.
도대체 스님처럼 보이지 않았다.
또 오랫동안 수덕사 주지를 지내면서 佛事를 많이 했는데
절을 너무 심하게 개조하는 바람에
고즈넉한 수덕사 분위기가 엉망이 되어 버렸다.
따라서 수덕사에 갈 때마다 "무식한 법장"이라며 눈을 흘겼었다.

고려 충렬왕때(1308년) 지어져 700년 가까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수덕사 대웅전은 국보49호다.
하지만 덕숭산 가파른 중턱에 자리잡은 수덕사는 큰 절집이 앉을 곳이 못된다.
따라서 절집의 규모가 매우 단촐하고
대웅전 마저도 팔작지붕이 아닌 맞배형식을 하고 있다.
산세의 흐름과 지붕의 경사구배를 조화시키기 위해서
아담하고 간결한 건축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런 수덕사에서 최근 100년간 경허스님 이래 만공,수월,혜월,숭산 등
기라성같은 큰 스님이  연거퍼 배출되자
덕숭문중은 우리나라 최고의 문중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절집이 자연스럽게 커지게 되었는데
13년간 주지로 일하던 법장스님이 욕심을 내어 절집을 마구잡이로 확장해 버렸다.
이제 수덕사의 古拙한 절맛은 아주 버렸다.

어제부터 법장스님의 보살행이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일찌기 스덕사시절부터 수많은 불우 청소년을 거두어 키우셨고,
1994년 생명나눔 실천회를 만들어 시신기증 운동을 주도해 왔으며,
유품중에도 자기 앞으로 된 통장 하나 없었다고 한다.
시신기증은 사후 6시간 이내여야 하는데
侍者들이 허둥대다가 시간을 놓쳐
뼈만 일산 동국대 병원에 보내 해부학 재료로 쓴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법장스님과 인연의 끈이 닿아 있다.
몇년 전부터 수덕사에 드나들게 되어
작년 4월에는 그곳에서 돌보는 소년들과 선운사의 내원암,내소사 등 남도 여행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 또한 생명나눔실천회의 회원이 된지 7-8년이 되었다.
어느날 어느 잡지 광고를 보고 회원이 되었을 뿐이다.
법장스님이 그런 일을 준비하셨다는 이야기는 이번에 신문을 보고 알았다.

생명나눔실천회에서는 각막,장기,시신,골수를 기증하기로 약정한 사람에게
그 사실을 스티커로 만들어 주민등록증에 붙여준다.
그래야 죽자마자 시신이 기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시신기증 연락처가 적힌 회원증을 꼭 지갑에 넣어 둔다.
내가 죽은지 여섯시간 안에 몸뚱이가 병원에 보내질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 일만큼은 내가 하는 일이 아니니....

이제 내 골수는 쓸 수 없다고 한다.
얼마전에 아는 사람이 골수암에 걸려서 골수를 주려고 병원에 문의했더니
40살이 넘은 골수는 못쓴다는 것이다.
시신을 줄 병원을 사전에 지정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과 교수로 있는 안규윤에게 내 시신을 보내기로 했다.
규윤이가 내 시신을 쓸지, 그 제자가 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죽은 후 18개월 정도는 재료로서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런 부탁을  받아줄 친구가 있다는 것도 행운이다.

쓸만한 육신은 재활용하고, 더 쓸 수 없을 때는 화장해서 버리라고 했다.
죽은 후에 묘는 쓸 필요 없고
혹시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아주 작은 비나 하나 있으면 되지.
부모님, 형제들,처자식이 있는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했더니
내 뜻은 알겠는데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반응이더니 결국은 받아주었다.

법장 스님이 입적하시기 전에 글을 하나 남기셨다.

"我有一鉢囊  受受而不濫  出出而不空"

"나에게 바랑이 하나 있는데
담아도 담아도 넘치지 않고
주어도 주어도 비지 않는다."

맞다!
이 세상에 내것은 없다.
그저 사람들과 물질들과 인연이 좀 있을 뿐,
선한 인연을 소중히 보듬고 가꾸다가
어느날 홀연히 털고 가면 그만이지.

착한 法長스님,
極樂往生하소서.

검불 김태룡 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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